[한강-채식주의자⑩] 몽고반점 1

(연재)꼬리에꼬리를무는예술 - '한강-채식주의자' 편

블루노트 | 기사입력 2018/09/15 [10:30]

[한강-채식주의자⑩] 몽고반점 1

(연재)꼬리에꼬리를무는예술 - '한강-채식주의자' 편

블루노트 | 입력 : 2018/09/15 [10:30]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중단편 소설이 연작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몽고반점>은 3인칭 시점으로, 특공대 출신이며 비디오 아티스트인 영혜 형부가 화자입니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를 업고 병원에 간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형부입니다. 영혜를 매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형부뿐입니다. 그러나 형부는 오로지 영혜의 몽고반점 때문에 그녀를 욕망합니다.

 

오래전 아내와 함께 들렀던 처제의 자취방을, 거기 웅크려 누워 있을 처제를, 그보다 오래전 피투성이로 그의 등에 업혔던 처제의 몸을, 고스란히 전해져왔던 가슴과 엉덩이의 감촉을, 그리고 바지 한 겹만 벗기면 낙인처럼 푸르게 찍혀 있을 몽고반점을 상상한 순간, 온몸의 피가 거기 모였던 것이다. 물컹물컹한 환멸을 씹으며 그는 선 채로 자위를 했다.” 

 

▲ 에곤쉴레 Egon Schiele '성교 습작'. 1915년 / 유화 / 종이에 색연필 / 49.6 x 32.9 cm / 레오폴드 미술관 소장     

 

영혜는 형부의 제안으로 비디오 작업의 모델이 됩니다.

 

옷을 벗고, 몸에 물감칠을 할 거라고 말했는데도 영혜는 수락합니다. 형부는 영혜의 몸에 꽃을 그립니다. 반점은 왼쪽 엉덩이 윗부분에 찍혀 있었고, 형부는 퇴화된, 모든 사람에게서 사라진, 오로지 어린아이들의 엉덩이와 등만을 덮고 있는 반점, 오래전 갓난 아들의 엉덩이를 처음 만지며 느꼈던 말랑말랑한 감촉의 희열과 겹쳐져, 그녀의 한번도 보지 못한 엉덩이는 그의 내면에서 투명한 빛을 발했다고 말합니다.

 

이후 후배 J가 도착하고 비디오 작업을 하지만, 더 깊은 행위를 요구하자 J는 비참하다며 돌아갑니다. 영혜가 청바지를 입으려다 웃습니다. 왜 웃냐고 묻자, 영혜는 다 젖어버렸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형부는 영혜의 몸을 탐하려 하지만 영혜가 안 된다고 합니다.

 

영혜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은 J 몸에 뒤덮인 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형부는 내 몸에 꽃을 그리면, 그땐 받아주겠어?”라고 말하고 사 년간의 연애 끝에 헤어진 P에게 찾아갑니다. 그때 자신을 향해 죽었으면 좋겠어. 죽어버려라고 말합니다. 욕망이 자책감보다 더 컸기에 자책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몸에 꽃을 그리고 맙니다.

 

P는 형부 몸에 꽃을 그려주고, 결국 동물, 육식으로 대변되는 남성, 형부가 식물로 포장하자 영혜는 그를 받아들입니다. 형부의 이 행동을 보며 엄마 양이 장 보러 간 사이 아기 양들을 잡아먹기 위해 늑대가 발에 밀가루를 바르고 찾아가서 엄마야, 문 열어라며 잡아먹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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