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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채식주의자⑮] 나무 불꽃 1

(연재)꼬리에꼬리를무는예술 - '한강-채식주의자' 편

블루노트 승인 2018.09.20 11:12 의견 0

마지막 장인 <나무 불꽃>은 3인칭 시점으로 영혜의 언니인 김인혜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비에 젖은 도로를 바라보며 서 있다. 마석읍 터미널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이다라고 시작됩니다. 인혜가 영혜를 만나러 정신병원으로 갔을 때, 영혜는 모든 음식을 거부하며 나무가 되고자 합니다.

나는 이제 동물이 아니야 언니.”

밥 같은 거 안 먹어도 돼. 살 수 있어. 햇빛만 있으면.”

<나무 불꽃>에서야 영혜는 말을 많이 합니다.

언니, 내가 물구나무 서있는데, 내 몸에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 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인혜가 탁자에 음식을 풀어놓으려 하자 영혜는 , 이제 안 먹어도 돼라고 말합니다. 이때 인혜는 이렇게 밝은 영혜의 얼굴을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소설 상에서 가장 일반인과 닮아있는 인혜는 채식주의자가 되기 이전의 영혜입니다.

하지만 인혜는 영혜를 정신병원에 넣었으며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영혜는 의사 말에 따르면 신경성 거식증입니다. 정신분열증이면서 식사를 거부하는 특수한 경우입니다. 또한 음식을 거부하는 이유 자체가 불분명하고 약도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고 의사는 말합니다.

약도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음을 볼 때 영혜를 단순히 정신분열증 환자로 취급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영혜는 정신분열증 환자였을까요 그건 우리가 답을 내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소수자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자해 후 병원에 있는 영혜에게 어머니는 고기를 먹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너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자는 일종의 소수자입니다. 어머니의 말은 소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다수가 너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말로 들립니다. 어머니의 말은 소수자에게 행해지는 다수의 횡포를 의미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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