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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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이 넷이서 건들건들
마을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어슬렁거리는데
부두쪽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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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도미네 그것도 빨간돔
그럼 횟감으로 제법 명함깨나 내민다는 홍돔
아니면 어때.. 그런 심정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며,
- 야, 이거 처음 보는 건데 이거 맛이 괜찮을까
했더니, 웬걸..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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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리 줄까
- 응, 어디 맛좀 보게 한마리만 줘바.. 근데 옆에 있는 이거도 먹는 거냐
내가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인 양 능청을 떨자,
- 그야 물론이지 가져가서 먹어보고 맛이 있는지 없는지 내일 얘기해 줘. 또 줄께.
그래서 해닥(Haddock)이란 놈이 덤으로 딸려왔는데..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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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걸 그냥 줬단 말야
형님 입이 찢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 그럼요, 형님 내가 누구유
제 한쪽 다리만한 대구(Cod)두 가져갈래 그러는데 그냥 왔수. 무거워서..
- 에이 가져오지 그랬어.
우리 집사람이 대구 매운탕 하나는 정말 죽이게 끓이는데..
- 형수님 매운탕 솜씨는 알지만 아니 그리 큰놈을 가져와서 뭐 하게요
일미터가 넘는 걸 어케 처치하자고..
- 그럼 대구 대가리라두 달라구 그러지.
- 형님, 전 대가리에 털나고부터 대구 명태는 거저 줘두 안 먹어요.
옆에서 잠자코 우리 수작을 듣고 있던 거시기가 한마디 거든다.
- 정말이예요. 이 사람은 구짜 돌림 태짜 돌림 생선은 안먹어요.
지가 생선이면 비릴 것이지 건방지게 비리지가 않다나 어쩐다나.
그러자 형수님이 끼어든다.
- 그럼 대일 아빤 어떤 생선을 좋아하는데
- 꽁치 고등어 갈치 뭐 그런거요. 무조건 비린내 많이 나면 뭐든지요.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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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팔자에 없는 칼질을 한다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회를 뜨는 형님 옆에서 공짜로 생선을 구해온 나는 눈만 껌뻑껌뻑..
두 아가씨가 번갈아 찢는 이러쿵저러쿵 입방아 때문이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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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 참 대일 아빠 재주 한번 신통하네.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길래 저런걸 그냥 줬을까
형수님이 한마디 하자,
- 언니, 제가 서방 하난 잘 물었다니까요.. 호호..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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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나물이야 돌나물..
회접시 바닥에 깐 거 잘 보라구 정말 돌나물이야. 이게 이 동네에 지천이야.
어디 돌나물 뿐일까..
아이슬란드에는 어디를 가도 먹을 거리가 쫘~악 깔렸더라구.
민들레.. 유채.. 참나물..
우린 참 훌륭한 조상을 두었더라는..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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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면세점에서 19달러 주고 사온 엡솔루트 보드카..
아까운 보드카가 첫날 거의 절반 날아갔어.
이제 겨우 첫날밤도 안지났는데
에그 두어병 더 사올걸..
미리 귀뜸해두지만 가는 곳마다
내가 횟감하구 매운탕꺼리를 단 한번 걸러본 적 없이 공짜로 구해왔다는 사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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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거의 못하시는 형님도 이날은 사십도 짜리 보드카 한잔에 때가 된 암말 궁둥이 색깔이야.
불그족족한 것이..
- 끄윽.. 어이, 장서방 우리 이거 텐트를 너무 가까이 친 거 아냐
술김에 한마디 하시는데,
- 그쵸 형님 저희도 객고를 풀긴 풀어야 할낀데 말이죠..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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