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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3회차(5) 2015년 9월 3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승인 2018.10.08 14:50 의견 0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밤 열시가 넘어서 그런지 어질어질 골치가 띠~잉 하다.

해지기 전에, 사실은 해가 언제 졌는지 기억에 없지만

암튼 우여곡절 끝에 겨우 목적지인 띵게이리에 도착했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엊그제 공항에서 빌린 8기통 4륜구동 포드 익스플로러가 제 이름값을 했다.

중고차를 빌려 반값(새차의 경우 2주일에 $3200 쯤 하는데 우리는 $1600에빌린 거 같다)이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야영장 뒷켠에 임자 없는 나룻배가

- 어이.. 장서방! 물 반 고기 반이라며.. 우리 저거 타고 고기나 건질까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건너편엔 가두리 양식장인가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안개는 동네를 삼킬듯 야금야금 산에서 내려오고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있는 거 없는 거 다 꺼내어 후다닥 순대부터 채운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다음날 이른 아침

동네마다 있는 풀장 겸 온천으로 꼬맹이들이 먼저 온다.

우리는 캠핑 카드에 새면과 샤워가 포함되어 있는 터라 대충 샤워만 했고.

온천은 나중에 미바튼에 가서 질편하게 즐기기로 합의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동네꼬마들이 온천을 끝내고 놀이터에 모였는데

그중 제일 나이 들어보이는 녀석이 쪼르르 달려오더니,

- 한장 찍워 줘요

- 어디서 왔는데

- 어디로 가는데

제법 영어를 하길래 몇살이냐 물었더니 12살이란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다른 꼬맹이들은 뭘 물어도 베시시 웃기만 하는 것이 마냥 귀엽기만 하더라

모르긴 해도 아시안계는 처음이리라.

영어를 쬐끔 하는 왼쪽에 제일 키가 큰 녀석이 사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자아이라는

순간 아이슬란드에서 선출한 세계 최초 레즈비언 대통령,

조하나 시구르다르도티르 얼굴이 떠오른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분명 누군가 감자를 캐고 남은 자리가 분명한데

주인 허락도 없이 우린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감자서리다.

- 남으면 그냥 버리지 말고 우리랑 좀 나눠 먹어야 복받는거야.

- 하나님 고맙습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다 주시고..

- 이게 웬 떡이냐 오늘 저녁엔 감자밥 해먹자!

- 감자 없는 닭도리탕은 김 빠진 버드와이저요 햄버거 없는 맥도날드라니깐!

가죽이 모자라 찢어진 입들은 분명 아닌 듯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아이슬란드는 어떤 작물이든주인 허락 없이 밭에 들어가 먹을만큼만 캐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 나라다. 진짜다.

그런데 고맙게스리 감자밭 옆에는 참나물과 민들레가 쫘~악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갑자기 자기들 서식지에 뛰어든 침입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던 양들이

- 오메 잡것 요거시 뭔 일이다냐 시방

하면서 메~에 메~에 울더라.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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