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피요르드는 여기가 제맛이다.
다리를 놓았다면 10분이면 갈 거리를 빙 돌아 한시간 넘게 걸리는 곳도 수두룩하다.
왜 다리를 놓지 않느냐 물었더니
왜 다리를 놓아야 하냐고 되묻는 사람들이다.
케플라비크 공항을 출발해서 수도 레이캬비크를 빼면 이렇다할 도시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사피요르드는 인구가 무려 2,500명.
천명이 넘으면 여기서는 도시 축에 낀다.
굽이굽이 지겹()도록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형님은
사람 사는 건물을 보자 갑자기 신이 나서 굽이진 비탈길에서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신나게 달린다.
교통순경이 안보여서 그랬을까
하긴, 여행하는 동안 제복 입은 경찰을 본 적이 전혀 없다.
- 와! 멋있다. 여기서 며칠 보내고 가자!
- 어머 너무 예뻐! 이틀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그쵸 대일 아빠
어어.. 그럼 안되는데
어디를 한군데 포기해야 하나..
사실은 여기가 제일 후진 곳인데..
알프스를 닮았다며 두분이 탄성을 연발
허허 알프스에 바다가 있다는 소리는 시어미 죽고 처음 짓이다.
굴곡이 심한 피요르드 한 가운데 있으니 바다를 호수로 착각하신 걸까
수퍼마켓 보나스도 있고 하니 며칠 묵어가기엔 딱인데
꽃돼지 보너스. 하루를 못봤는데 반갑다.
저기에 가면 만사가 다 해결된다.
금강산 아니 엊그제 남쪽에서 우리땅 밟고 백두산을 올랐으니
백두산 천지도 식후경이라지
지도를 보며 발음하기 힘든 지명들을 한참 들여다보니
피요르드는 알겠는데 이름이 참 길다.
여기에 아이슬란드 피요르드가 무더기로 몰려있다.
무슨 두르.. 무슨 디르.. 무슨 루르.. 무슨 비크..
아 참, 레이캬비크라는 뜻이 안개 낀 만(Bay)이란 뜻이랬지
야영할 곳은 왼쪽 폭포 아래가 분명하다.
7,8월에는 수십개의 폭포를 본다는데
지금은 몇 안남았다. 9월이기 때문이겠지
눈이 많이 녹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영장 윗쪽으로 폭포가 두군데 있어서
잠잘 때 밤새 눈녹은 물이 떨어지는 폭포소리가 흠이라면 흠이랄까
물가가 미국보다 두세배 비싼 아이슬란드에서
돈 절약하려고 야영을 하는 사람 치고 잠을 제대로 자는 사람이 계신가.
문득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든다.
사진은 냄새까지 전하지는 못한다.
그런 사실을 이 여행에서 깨달았다.
저게 다 한달 전까지 폭포였다!
여행경비 이야기 좀 하자.
워싱턴 왕복항공료 : 1인당 $575 (뉴져지도 그쯤)
중고차 포드 익스프로러 4륜구동에 8기통 (렌트카 이름이 Sad Car다) : 보험료 세금 합쳐 17일간 $1,600
새차를 빌리면 두배가 넘는다.
버스는 6,7,8월 사람들 몰리는 골든 서클에 가끔 있다.
닷새에서 일주일이면 이 섬의 하이라이트를 대충은 훑어볼 수 있다.
영어가 서툰 분들은 관광페키지를 이용한다. 물론 엄청 비싸다.
그린랜드 1박을 포함하면 보름에 1인당 천만원이 넘게 든다. 으악!
휘발유 :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니까 미국의 두배.
옥탄가 98 하나만 있다. 순도가 높다고 마시면 골로 간다.
장보기 : 형수님이 밑반찬을 많이 준비하셔서
양반은 곁눈질을 하지 않아 장보기는 잘 모른다.
하지만 사람 사는 항구마다 총 10여 차례 공짜로 횟감을 구해왔으니 나도 밥값은 했다.
실패 그런거 안키운다.
숙박시설 : 많지 않다.
하룻밤에 2인 1실 기준 성수기인 7,8월은 $200~300레이캬비크가 그렇고
수도 주변을 3박~1주일 정도 하는 골든 서클만 구경하실 분들은 좀 났다.
돈으로 바르면 되니까.
그래서 우린 여행기 첫회에 소개했듯이 캠핑카드를 사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첫회에 소개했으니 참고 요망)
하여간 네사람이 16박 17일에 들어간 총경비는
1인당 $1,700~$1,800정도다. 1인당 200만원.
물론 미동부 출발 항공료 포함이다. 세계 신기록
독일인가 오스트리아에서 온 자전거족을 만났다.
셋이서 한달째 이 섬을 자전거 한대에 의지해 여행 중이라고.
이쯤 되면 여행에 있어서 우리보다 고수다.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누가 맥주를 입에 달고 사는 동네에서 온 사람들 아니랄까봐,
- 커피에 맥주를 타마시면 불끈불끈 힘이 솟지
하면서 한 사람이 주먹을 하늘로 쑥 내민다.
그랜드 마니에와 칼루하를 보드카에 1/3로 섞은 뒤 커피에 타서
B52 폭격기를 만들어 마신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맥주를 커피에 타서 마신다는 말은 귀빠지고 처음 들어보는 소리다.
역시 식전부터 맥주를 입에 달고 사는 족속답다.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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