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5회차(2) 2015년 9월 3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승인 2018.10.13 14:50 의견 0

아이슬란드는 바이킹이 본거지로 삼았기 때문에

14세기 후반부터 1918년까지 500년 넘게 덴마크의 간섭을 받았다.

이곳 사람들은 아이스(얼음)에 덮힌 땅이라며 외부 사람들의 접근을 꺼렸고,

이와 반대로 얼음에 덮힌 그린랜드는 푸른 초원이 널렸기에 늘푸른 땅이라며 거꾸로 선전했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야영장 주변은 동네사람들 놀이터다.

이 나라사람들은 무뚝뚝해서 외부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호기심이 시동을 걸면 나는 무작정 돌진하는 성미다.

무얼 따서 자꾸 입에 넣길래 무얼 먹냐고 물었더니

- 블루베리!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튀어나온 대답이 퉁명스럽다.

외부인을 경계해서가 아니라 수줍어서 그렇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저녁 준비하느라고 두 아가씨는 다 함께 쓰는 캠핑장 부엌에서 바쁜데

형님은 풍수지리를 생각하고 계신지

좌청룡 우백호는 없어도 배산임수에다 북현무 남주작 형세니까,

이만하면 아쉬운 대로 내가 보기엔 충분하고만

어디에 텐트를 쳐야 바람이 가장 안불까

그걸 고민하고 계신 거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이젠 물소리 바람소리 빗소리가 친근한 일상이 되었다.

몸은 무거워 천근인데도 누구 하나 불평이 없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저녁 준비가 끝났다며 형수님이 샤워하러 간 틈에 아내가 내 손을 잡더니 나가잔다.

여기가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우리들의 낙원

우리들의 천국

우리들의 파라다이스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지금 대화를 나누는 그 사람이 가장 사랑스러우며

그 사람과 보내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임을 우리는 안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그때 아내가 갑자기,

- 블루베리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여기가 아마 북극권 서클에서 1도 모자라는 북위 65도 쯤 되나보다.

알고보니 철지난 블루베리가 천지사방에 가득

북극의 낮은 길기만 해서 밤 열시가 다 된 시각인데 아직도 부옇다.

우리들은 입이 새까맣게 변하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블루베리를 따먹었다.

어디 그뿐인가

태국에서 남편 따라 이곳에 왔다는 어느 아주머니에게 버섯 따는 요령을 배워서는

이름도 모르고 족보도 모르는 버섯까지 한다발 땄다.

독버섯이면 태국 아줌마가 멀쩡했겠냐구 라고 중얼거리며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내가 여섯달 동안 론리 플랫니를 끼고 살 때

어깨 넘이를 자주하던 아내는 아이슬란드에 가면 뭘 먹어봐야 하는지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아이슬란드엔 사람 숫자보다 양 숫자가 훨씬 많다면서

양대가리, 양의 피로 만든 소세지(블러드 소세지:순대지 뭐)는 꼭 먹어야 한다고

그런데 보너스에 갔을 때 양 대가리가 없다.

꿩 대신 닭이라고 아쉬운대로 양 머릿고기를 치즈처럼 누른 것이 있길래

우리네 돼지머리 누른 거와 오십보 백본데 특유의 냄새가 좀 쎄다

한점씩 입에 넣고 억지로 삼키더니 멍뚱멀뚱 모두 딴청이다.

아무도 다시 젓가락을 대지 않는다.

덕분에 고맙게시리 나머지는 모두 내 차지

이 양반들은 소싯적에 안굶고 살았구나!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점심을 회로 든든하게 채웠으니 배가 고팠겠냐구

드디어 아끼던 엡솔루트 보드카가 거(去).. 하셨어.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그래도 양의 피를 넣어 만든 블러드소세지(순대)

다행히도 순대에는 향료가 들어있지 않아 우리 입맛에 딱 맞더라는

- 아주 슴슴한 게 이걸로 선지해장국을 끓이면 좋겠어 (형님)

- 정말이에요. 낼 아침엔 우거지 대신에 양배추라도 넣고 삶아서 해장국 끓여 먹어요, 언니!

두 아가씨가 아침식단을 짜고 나야 좋지 뭐

원님 덕에 나발만 불면 되니깐

아침 해장국이 해결된 전날밤에 마시는 술이 기특하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서리했던 감자를 삶아 식탁에 놓으니 포실포실한 게 꼭 햇감자 맛이다.

양대가리하구 블러드소세지는 바이킹 시절부터 이들이 즐긴 전통음식이라는 아내의 귀뜸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식사가 끝나자 맘에 드는 곳을 찾았는지

갑자기 형님 손길이 바빠진다.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