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5회차(3) 2015년 9월 3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승인 2018.10.14 14:50 의견 0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우리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공감대가 쌓인다.

그 공감대가 뿜어내는 즐거움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런 사람을 이 초록별에서 여행의 동반자로 만나,

평생 같이 간다는 건 얼마나 커다란 축복이며 행운인가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근데 여보 아까 그 여자 얘기 어디까지가 사실이야

- 여자 얘기 무슨 여자 얘기

- 생선공장 메니저 말야 슐츠인가 뭔지 하는

- 슐츠가 뭘 어쨌는데

올 것이 왔다.

여자들 속에서 자란 나는 아내의 속을 빤히 들여다보면서도

끝까지 버텨야함을 직감한다.

- 저녁에 혼자 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며

혼자 사는 여자가 같이 저녁 먹자고 했다면 스토리가 뻔하잖아

언니 안그래요

어라 이젠 형수님까지 끌여들여 총공세로 나온다.

블루베리와 버섯을 손질해야 한다며 형수님은 못들은 척 흠흠.. 하더니 수돗가로 가신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그랬지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요리하는 게 취미라나 어쩐다나

난 능청을 떨며 시간을 번다.

찰나의 순간에 잔대가리가 파바박 돌아간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그래서 뭐랬는데 간다고 그랬어

- 쉽지 않겠지만 기자들 브리핑 끝나면 시간이 좀 날지도 모른다고 그랬지.

참 그 여자가 여기 이사피요르드에 산다구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가 가로채며

- 이메일하고 주소와 전번도 줬더구만

- 어.. 어떻게 알았어 그건..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내가 누구랑 30년 넘게 살았는데

다행히 한전 앞에서 촛불들고 까부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면 이 위기에서 벗어날 가망이 있단 얘기다.

- 아니, 사람을 뭘로 보구.. 점점..

▲ 아이슬란드 여행기 ⓒ죽향(竹鄕) 장욱

- 횟감을 넣은 박스 뜯다가 봤지. 그래서 갈거야

- 간다면 보내줄래

- 피.. 누가 말려! 가든가 말든가

- 내가 당신을 두고 가긴 어딜가.

지까짓거 트럭으로 빡빡 채워서 싣고 와봐라.

내가 눈하나 깜짝 하나

바로 이때 구원투수가 등판한다.

- 장서방!

항구에 덴마크에서 온 페리가 있대. 구경이나 가자구!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바로 옆에서 빙하의 폭포는 줄기차게 쏟아지지요.

페리 구경은 건성으로 하고

난 피곤하다며 먼저 텐트로 돌아와 벌렁 누워버렸다.

간만에 저녁다운 저녁식사에다 보드카를 곁들였으니

아내의 바가지 쯤이야 이젠 자장가로 들린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우리들이 지지고 볶는 와중에도 빙하 녹은 시원한 물줄기는 쉬지 않고 바다로 흐른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사흘을 보내자

아니, 이틀만 보내자 했던

이사피요르드도 결국엔 우리들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그것이 슐츠 때문이었는지는 아무도 입을 뻥끗 하지 않아 나는 모른다.

우리들 갈 길은 아직 멀었거든

눈이오려는지 바람은 더욱 세차고 오사(誤死)하게 춥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내일 저녁 해지기 전까지 가야 하는 크(흐)마(망)스탕기(Hvammstangi)는

적어도 열시간 넘게 가야 하는데

피요르드를 자그마치 열군데도 더 돌아야 하는 지옥의 코스였으니..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