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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6회차(1) 2015년 9월 4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승인 2018.10.15 14:50 의견 0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아이슬란드 서북쪽 피요르드.

다리를 놓았으면 5분이면 족한 거리를 30분 이상 가야한다.

이런 피요르드를 열개 쯤 지났나보다.

흐도 아니요 하도 아닌 그렇다고 크도 카도 아닌

마치 가래침 뱉을 때 나는 소리로 발음해야 하는

크(흐)마(망)스탕기(Hvammstangi)로 가는 길은

아름다우나 참으로 지루하기만 하더라.

크고 작은 피요르드를 열개도 더 넘었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사흘밖에 안지났는데 한달도 더 지난 거 같애.

피요르드를 예닐곱개 넘었을 때뒤쪽에서 형수님이

피요르드의 아름다움에 지쳐 하품 섞인 소리를 내며,

- 대일 아빠 어제 횟감 얻어올 때

하와이에서 배운 걸 써먹었다면서요 그 얘기 좀 해봐요.

낮잠을 잤는지 한동안 두 아가씨가 잠잠 했는데

- 형님 이거 얘기가 좀 야한데

이런 얘길 형수님한테 해도 되나요

- 나 같으면 차라리 여기다 다리를 놓겠다!

내 질문에 엉뚱하게 튀어나온 동문서답

하지 말라는 소리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그럴만도 한 것이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자꾸자꾸 산밑을 도는데

물 건너편은 조오련이가 10분만 헤엄치면 닿을만한 그런 거리였거든

피요르드 하나 지나면서 최소한 30분 넘게 운전을 해야 했으니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언니, 애들하고 나는 고국 나들이를 갔는데

이 사람은 친구 둘하고 하와이에 놀러갔어요.

- 친구 어떤 친구.. 대일 아빠 친구는 왠만하면 내가 다 아는데

- 언닌 몰라요.

- 그래 어머 재밌었겠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 근데 형님 이거 정말 쎈건데 해도 되나

- 해봐 어디 나도 잠 좀 깨게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날더러 운전하라는 소린 안하신다.

뉴져지부터 마이애미까지 서른 시간을 혼자 운전한 양반이니까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손주들 등살에 허리 부러질 판인데

이 양반들이 이 연세에 늦동이 생기면 어찌 감당하려구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여보! 저기 보이는 게 뭐지 (아내)

- 내가 그랬잖아. 여기 오면 바다표범을 볼 거라구.

- 어머.. 저게 정말 바다표범이라구요 (형수님)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사실 우리가 이곳에 멈춘 까닭은

멀리 보이는 곳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서였다.

사방팔방이 뻥 뚫린 곳에서 공짜로 온천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형수님 앉아 있는 폼새를 보아하니 볼일을 보고 있구나 했지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질 않길래 큰거 보시는구나 했더니 웬걸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어라, 우리 여보도 볼일을 보고 있남

마주보고 앉아서 속닥속닥

온천물이 흐르는데 온도가 칠팔십도 정도 되다보니

방댕이를 뜨듯하게 지지고 있는 거였다.

- 여보, 일루 와바바. 찜질방이 따로 없어!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헤헤 이 물로 커피 타서 마시면 되겠다 그치

- 까짓거 물을 따로 끓이고 자시고 할 필요 있나 뭐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커피에 코코아 믹스를 섞어서 커피모카 한잔 대령이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그럭저럭 털털거리며 오다가

이름모를 조그만 동네에서 커피나 한잔 하려구 잠시 쉬는데 우체부를 만났어.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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