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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유나의거리] 길 위의 사람들(9) “옛날통닭”

성유나 작가 승인 2018.10.18 10:38 의견 0

“저녁에 술 한 잔 하자고 하면 안주로 먹고 싶은 게 뭐야”


지금은 건강 생각에 요것저것 생각하다 대답하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뒤돌아 볼 것 없이 “통닭!!! 생맥주 500!”이라고 외치곤 했다.

▲ "길위의사람들" #옛날통닭 ⓒ성유나 작가

산해진미 맛의 고장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자주해 주시던

가정식 밥상이면 족한 나였기에 통닭집은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맛난 곳이었다.

슴슴히 튀겨낸 통닭(후라이드)의 고소함이란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부천에 잠깐 산 적이 있다.

남편은 공부를 하고 있었고 여타의 사정으로 취업을 하지 못 하는 상태였다.

내가 버는 박봉으로 단칸방 살림을 살기도 어려웠기에 짠순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임신 4개월...

가장 힘든 기간이 지나고 배가 조금씩 불러올 즈음 먹고 싶은 게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시장을 다녀오다 통닭집 앞에 멈춰 서 버렸다.

거울 안에 비친 노랗게 튀겨진 통닭이 어찌 먹고 싶던지...

얇은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다 뒤돌아 집으로 오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통닭을 못 먹어서인지, 가난한 지갑이 서러워서인지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어제도 충무로 갤러리 근처에서 지인들과 옛날 통닭에 술 한 잔을 했다.
예전처럼 많이 먹진 못 하지만 통닭이 튀겨진 접시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며 옛날 통닭에 추억이 더해져 촉촉한 행복감이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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