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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7회차(2) 2015년 9월 5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승인 2018.10.20 14:50 의견 1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멀리 흐비세르쿠르(Hvitserkur:하얀 셔츠라는 뜻이라네)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랑비가 내려 미끌미끌한 비탈길을 조심조심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검은 모래사장을 걷는 기분이 묘하다.

파도에 바위가 무너질까봐 밑바닥에는 콘크리트를 발라놓았다.

전설에 따르면 트롤(Troll)이라는 괴물이

띵게이라르에 있는 건물을 무너뜨리려고 하자

태양이 그 괴물을 붙잡아 바위가 되게 했다는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오로라도 좋고 일몰도 좋지만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 번 할까

- 아침에 이나 닦았나 몰라

- 이빨은 안닦았어도 혓바닥은 닦았지

남사스럽다며 옷으로 내 입을 막는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전망대가 있는 줄 모르고 빙 돌아왔다.

여기서 뛰면 흐비세르쿠르 등에 타고 날아갈 수 있겠다는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이 각도에서 보니까 마치 용이 물을 마시는 모습이다.

어렵사리 차를 몰고 온 보람이 있다며 모두 즐거워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뽀뽀 한번 해줬더니 좋아죽겠단다.

직장에서 자기가 한번 씨~익 웃어주면 모두 자빠진다나.

자뻑도 이쯤이면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불치병이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어느 이름모를 농장 앞에서 말들을 보았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조상들이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온 것일 텐데.

오랜 세월 끝에 지금은 이곳 기후에 적응하느라 새로운 종으로 바뀌었다.

목과 발이 짧고 갈기가 길며 무성하다.

가는 곳마다 말을 키우는 목장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두 아가씨가 무척 좋아하더라는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이슬란드 영화 "Of Horses and Men"을 강추!

주인 없는 야생마도 많은데

야생마는 조랑말처럼 다리가 짧고 병에 걸리지 않으며 더 오래 산단다.

자유라는 것이

사랑을 빙자한 필요 이상의 보살핌 속에서 빚어내는 껄끄러운 구속보다 윗질이란 말이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아이슬란드 정부는 자기네 말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에서 말이 들어오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시켰다.

어떤 사람에게 왜 이렇게 섬에 말들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한다는 대답이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온순하면서 오래 살고 병에 걸리지 않으며 잘 달린다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꼬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어머머 저런 무지개는 처음이야

운이 좋았다고 할까

개판 오분전 흙탕길에서 벗어나 1번 순환도로로 들어서기 바로 직전이었다.

무지개를 본답시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급한대로 도로에 그냥 차를 세워놓고 급히 차문을 열었는데

하마터면 뒤에서 버스가 달려오는 것도 모르던 형님이 먼저 황천행을 할 뻔 했다는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쌍무지개 뜬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완벽한 반원을 그린 무지개는 나도 처음

바로 도로변에서

그것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그런데 무지개는 5분이 채 못되어 아쉽게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다음에 다시 오면 그땐 반드시 플라이피싱을 꼭 해볼텨

이래뵈도 이몸이 온테리오 호숫가에서 연어 낚시에 10년을 날리신 몸이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여기서 형님하구 둘이서 급한대로 경치 좋은 곳에서 볼일을 봤는데 형수님이 한다는 소리가,

- 남자들은 참 편리해서 좋겠다

그래서 내가,

- 꼬우면 하시구랴. 뙤약볕에서 누렇게 떠있는 황달 걸린 암탉처럼 시들거리지만 말고

형수님, 근데 개나 여우/호랑이/늑대같은 개과/고양이과의 수컷들이 왜 전봇대나 나무/바위 같은 데다 막 휘갈기는지 알아요

- 그거야 뭐 그런 동물들이 다 테리토리 에니멀이라 그렇죠. 그 정도는 나도 알아요.

- 에이 그건 먹물들이 하는 소리고요.

사실은 뭔가 보여줄라고 그러는거예요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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