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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0주년 특집(7)] 블록체인 기술의 철학 의존성, 더 나은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기다리며...

이승훈 기자 승인 2018.11.02 18:09 | 최종 수정 2019.07.16 17:20 의견 0


기술은 가치 내지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하고 발전한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탈중앙분권(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라는 철학과 자유주의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탄생했으며 이에 따라 발전하고 있다.

탈중앙분권은 중앙집중, 중앙집권이라는 철학에 대척적이다. 그러나 탈중앙분권과 중앙집중은 서로 배척하는 관계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다시 말하면 중앙집중의 효율성과 경제성, 그리고 탈중앙분권의 다원성과 혁신성 즉 다양한 기회 창출에 유리한 측면은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 구성원은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가치 기반의 플랫폼을 선택하면서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에서의 기술들은 지금까지의 경제가 중앙집중적인 철학, 가치에 편향돼 있었기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 활동을 위한 자본을 유치하는 방법에 있어서 기존의 IPO (Initial public offering)는 상대적으로 초기부터 일정 수준, 일정 기간 이상의 안정적인 기업 활동과 일정 규모이상의 축적된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암호화폐 블록체인의 ICO (Initial Coin Offering)은 상대적으로 작은 자본 규모에서도 자본 유치를 시도할 수 있으며 초기 벤처 기업들도 용이하게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인터넷 기술과 관련해서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기술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인터넷 기술들이 상대적으로 중앙집중적이고 규모의 경제를 요구했기에 포기해야만 했던 다양한 기회, 효용을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탈중앙분권의 가치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인터넷이 중앙집중적이고 블록체인 암호화폐가 탈중앙분권적이라는 말은 인터넷과 블록체인 암호화폐 둘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비교한 표현이다. 인터넷도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술, 경제 시스템, 철학에 비하면 탈중앙분권적이다. 그런데 그 인터넷도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비하면 중앙집중적이라는 뜻이다.

탈중앙분권철학의 가치는 새로운 기회의 창출

블록체인의 탈중앙분권의 철학은 보안기술과 관련해 분산원장이라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보안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 초연결 네트워크에 보다 효과적으로 보안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또 탈중앙분권의 철학은 특정 세력이 주도하는 탑다운 방식의 권위주의적 질서로부터 독립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질서를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이로써 탑다운 방식의 권위주의적 질서가 특정 기득권 집단에게 유리한 쪽으로 주요 이슈를 결정해버리고 과실을 독식하는 폐해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중앙집중적이었던 인터넷 기반의 경제시스템이 유통비용을 낮추고 시공간적 제약을 최소화하면서 접근성을 높이고 저렴한 복제 비용으로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 기반의 중앙집중적인 경제 시스템은 초소액 교환 경제에는 부적합하며 안전하게 가치를 교환하는 시스템이 결여돼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기반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려고 할 때 콘텐츠 하나하나에 가치를 매기고 대가를 받아내기가 힘들다. 복제에 열려있기 때문에 돈을 주고 콘텐츠를 사려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인터넷 경제는 ‘공짜경제’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복제와 규모화된 중앙집중적 시스템이 경제 생태계에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그로 인해 특정한 영역에서는 경제활동이 억제된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복제를 통제할 수 있으며 대량의 번들링된 콘텐츠는 물론이고 원자화된 각각의 콘텐츠까지도 거래할 수 있고 그 사용 대가가 초소액일지라도 대가 교환이 가능해진다. 블록체인의 데이터 축적, 기록 시스템 덕분이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블록체인은 ‘트랜잭셔널 웹(transactional web, 거래가능한 인터넷)’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술이 다양한 경제활동과 기회를 창출할 수 있고 교환과 거래가 용이해지면 기존의 법정화폐의 존재에도 의문이 생긴다. 즉 콘텐츠, 물건, 서비스를 이용하고 거래하면서 그 콘텐츠에 연결된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통해 복제 및 이중지불을 방지할 수 있는 거래이력 기록으로 마치 물물교환처럼 거래가 이뤄지면 법정화폐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탈중앙분권 철학의 이상과 실제의 괴리...자기파멸성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탈중앙분권의 철학에서 이처럼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나 이론적인 이야기이고 실제로 블록체인이 탈중앙분권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니콜라스 코르트와 (Nicolas T. Courtois)교수가 말하는 블록체인 화폐의 ‘자기파멸성’이다.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채굴 경제 시스템, 즉 채굴합의 알고리즘은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먼저 암호를 푸는 사람에게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채굴경제의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블록체인 암호화폐들은 채굴 경제의 부의 편중 정도를 지니계수로 나타낼 때 0.99라고 한다. 거의 완전불평등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는 탈중앙분권의 철학과는 모순이다.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자기파멸성’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추구하는 에코버스의 이영환 대표는 “1명이 주조 이익을 다 가져가고 나머지 99명은 이 1명에게 코인을 사야 한다면, 코인을 산 사람들은 그 코인이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 구조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비트코인의 거버넌스 커뮤니티는 이러한 부의 편중 문제, 즉 탈중앙분권의 훼손, 복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이슈를 제기했지만 기득권을 가진 집단에 의해 묵살됐다. 이더리움이 그나마 탈중앙분권의 복원에 적극적이지만 이미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뒤늦게 수정하기란 어렵다. 이더리움이 탈중앙분권을 복원하려는 목적에서 시도하는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가 계속 연기되는 이유다.

비트코인 탄생 10주년, 기술과 철학의 회고와 미래 전망

비트코인이 탄생한지 10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비트코인,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거래 속도, 확장성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들이 주목받아 왔다. 최근에는 탈중앙분권의 철학이 훼손될 때 실제적으로 시스템과 기술 자체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의 철학 의존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플랫폼, 시스템을 설계할 때부터 탈중앙분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들이 최근 들어 주목 받고 있다.

탈중앙분권의 철학, 지속가능성이 담보된 블록체인 암호화폐 플랫폼은 아직 구체적으로 현실화 지는 않았다. 탈중앙분권 철학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는 기존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거래속도, 확장성 개선이라는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메인넷과 댑(dApp)생태계를 통틀어 구현되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비롯한 과거의 블록체인 암호화폐들이 가진 태생적 결함을 극복한 블록체인 암호화폐, 블록체인이 표방하는 철학이 오롯이 구현되는 새로운 블록체인 암호화폐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때 조만간 결실을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 편집자 주 : 이상 비트코인 탄생 10주년 특집 기사 시리즈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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