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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근 칼럼] 강하게 착함을 지켜내기

칼럼니스트 박성근 승인 2018.11.20 10:30 의견 0

사회성이 조금 부족하지만 착한 사람과 친구가 되어주려 하고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친구로 대하려 할 때, 주변 사람 중 거의 세 명에 한 명에게는 조롱을 당하거나 모욕을 당하거나 착한 척한다면서 진의를 의심 받을 때가 있다.


착할수록, 약한 사람을 도울수록, 주변에 있는 이상한 사람들에게 바보같은 사람으로 취급 받거나 똑같이 약한 사람으로 취급 받을 때가 많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 참 많이 변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성이 좋다’는 말이 진짜 괜찮은 의미인지 걱정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는 카멜레온처럼 적당히 상황에 맞게 영악하고 똑똑하게 변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은 사람들을 일컫는 의미로 변질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착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은 수많은 사람들로 이미 가득한 세상에서 단지 성실하고 선하려고만 하면 우리의 일상 속 행복까지 그 사람들에게 뺐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행복, 자존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 우리의 착함과 배려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겉모습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자존심을 무시하며 우리를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처음부터 예의를 갖춰서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아니요” 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가 정말 어쩔 수없는 상처를 입었을 때 너무 오래 참기만 하지 말고, 경청할 수 있고 비밀을 지켜줄 수 있고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나 전문가에게 그 아픈 마음을 토해내는 것 역시 참 중요하다. 그 후에야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돌아보면서 상처 입었던 상황을 냉철하게 돌아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기다움을 지키면서 강해지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철이 철을 강하게 하듯 좋은 몇 명의 사람을 주변에 꼭 붙들어두어야 함께 멋있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서로 쉽게 믿기도 마음을 주기도 힘든 이 시대에서 처음에 약간의 거리를 두더라도, 또 약간의 테스트를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정말 괜찮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박성근:
정신과/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울대병원 인턴 레지던트 임상강사,마음클리닉 <디딤> 대표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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