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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앞에 선 대한민국(6) : 일자리 창출, 오르는 시급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33)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1.20 12:15 의견 0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바라보는 시점에 일자리 창출과 시급에 대한 이슈를 다뤄 봅니다. 일자리 창출과 시급 향상이 가진 약점도 파악해 보고요.

에피소드

필자는 대학교 졸업 후 40개월 동안 학사 장교로 군대에 복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정규직에서 일한 적이 없다. 마을 만들기 운동도 하고, 거리 축제도 기획하고, 통일운동도 하고, 다문화 개선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관여하기도 했다. 참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필자와 유사한 상황에 있는 독자들은 알겠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공모해서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것은 개인의 경제활동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필자는 2017년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공모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못해서 기획안조차도 제출해 보지 못했다. 아래는 담당자와의 통화 내용이다.

필자 : 왜 그 사업을 못 하게 된 것이죠

담당자 : 예. 일단, 죄송합니다. 그런데, 내년에(2018년) 다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고 합니다.

필자 : 왜요

담당자 : 내년에 배정된 예산은 대부분 일자리 창출이나, 시급인상에 반영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별도의 자원이 없다고 합니다.

필자 : 아! 저 같은 사람은 오히려 일자리 창출 사업 때문에 피해를 보는군요.

‘일자리 창출’은 중요한 사업이고 시급을 적정수준으로 올리는 것도 질적으로 더 좋은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선심성으로 남발하는 공약이 너무 많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81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공약은 중요하지만,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유지이다. 그리고 시급 올리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영세 상인들의 입장도 중요하다. 그래서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현실성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 에피소드를 조금 더 부연해 보겠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2018년에 진행하고자 했던 프로젝트와 관련한 지원금은 지방자치단체에서 2억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자원으로 몇 명을 충원할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한 계산으로 150만 원 수준의 인력, 11명 정도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 금액의 용도는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산하에서 시간당으로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도 올려주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보조 계획이 있을테지만(간혹 거리를 지나다 보면, ‘세금폭탄’이라는 표현이 적혀있는 현수막을 보게 된다. 내용은 공무원 증원을 위해 세금을 더 징수하겠다는 내용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현재 급여로 월 150만 원 수준을 받으면서 일하는 공무원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5-6명 수준의 인력만이 충원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된 사람들이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면, 국가적으로 볼 때 일자리 창출의 효과는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공무원 증원 계획은 공약의 81만 명과는 거리가 멀고, 양적 완화를 통한 경제 부양의 한계에 직면했을 때 국가는 이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필자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효율성을 따져 본다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은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한국은 미국과 달라서 프리랜서의 삶이 참 고달프다. 추가적인 고용으로 인해 원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고려한다면, 제로섬일 가능성이 크다.

시급의 향상과 관련해서는 청문회에서 카이스트 교수가 졸속 시행이라는 입장을 근거를 제시하면서 강력하게 주장하다가 여당 의원들과 거친 토론을 하게 됐다. 교수의 말만을 온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참석한 교수의 주장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시급을 한국처럼 ‘폭력’적으로 올리는 국가는 거의 없으며, 많은 국가가 시급을 올리더라도 유예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급을 올리거나 분야별로 상황을 고려해서 시급인상 시점을 조정한다고 한다. 시급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도록 하겠다.

에피소드

필자는 딸과 편의점을 자주 간다. 일주일에 많이 가는 경우는 5회 이상, 적어도 3회 이상은 간다. 그래서 단골 편의점 점장님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한 번은 시급 문제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필자 : 시급이 7천 5백 원 정도로 올라간다고 하던대요.

점장 : 그러면 우린 장사 몬 해요. 그러지 않아도 지금도 힘든데, 알바 이제 못 쓰는 거지.

필자 : 그럼 점장님이 계속하시나요

점장 : 내가 알바 하는 거지요.

에피소드

아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여직원 한 명을 뽑았다. 그런데, 요즘 같은 세상에 취업한 지 4개월 만에 그만둔다고 한 것이다.

아내 : 지난번에 뽑은 A주임이 그만둔대.

필자 : 왜 일이 힘들대

아내 : 아니, 집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데, 이주임보고 와서 일하라고 했대.

필자 : 공장에 인력이 그렇게 없나 봐

아내 :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재정이 안 되는 것 같아. 그리고 요즘은 영세한 공장들은 다 가족끼리 하는 것 같더라고.

시급을 받고 아르바이트했던 사람이 시급이 오르자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 가업을 유지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간단하게 따져 보면, 그동안 6천 원 대의 시급을 받았던 아르바이트 인원이 그만두게 되고, 작은 공장에서 일하던 원래 근로자는 자의든 타의든 실업자가 된다. 그래서 남은 한 자리를 공장 주인의 딸이 채운다. 이제 이주임이 그만둔 자리는 다른 사람이 채울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동안은 공석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시급을 올리는 것에 반대하거나 일자리 창출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 바라보는 현실은 너무나 표면적인 것 같다. 밀도 있게 깊이 탐구한다고 하지만, 현실의 겉만 훑고 있는 것 같다. 일자리 창출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들과의 밀접한 교류와 협의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지방분권을 토론하고 헌법을 개정하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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