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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앞에 선 대한민국(7) : 보이지 않는 답답함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34)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1.21 19:17 의견 0

그런데 일자리 창출과 시급이 4차 산업혁명과 어떤 관계가 있는데 하면서, 독자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많은 전문가는 2020년을 4차 산업혁명의 원년으로 예상한다. 아마도 그쯤에 5G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시급 문제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산술적으로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는 고작 3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부의 정책은 중장기적이지 못하다.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 점이 문제가 된다. 즉, 그 노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윌리엄 이스터리는 『전문가 독재』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이 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을 분석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현상적으로 볼 때 한국은 과거에 집착(적폐세력 청산)해서 미래(4차 산업혁명)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라는 주장은 그저 선전용처럼 보인다.

현 정권 창출에 기여한 유웅환 박사의 『사람을 위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생각하다』에서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스타트 업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같은 책에서는 신생기업의 수명이 상당히 짧다는 내용도 같이 보여주는데,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 책에서 서로 모순된 기대와 현상을 분석해 주니 황당하기까지 했다. 즉, 새로운 일자리는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유지하기 힘들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을 위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일자리 창출 있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 방법은 거의 제시돼 있지 않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우리 사회는 아직 새로운 산업혁명을 국가 차원과 민간 차원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공유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공약의 실천과 지지율 확보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금 인기도 언젠가 좌초되는 것은 당연한 순리가 아닐까

아래는 지난 대선 기간에 필자가 시청했던 후보자 토론회를 간략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 : 문후보님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문재인 후보 : 안철수 후보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철수 후보 : 질문은 제가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 : 저는 기초과학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보다 더 기본을 충실히

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질의에 대한 답으로 문재인 후보는 기초과학 육성으로 답하였다(전혀 어긋나는 대답은 아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답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답을 듣고 안철수 후보도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통령의 전공이 법학이고, 연세를 고려했을 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절한 비전을 당시에는 제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모든 일을 대통령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니 좋은 참모들을 두고 좋은 정치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임기 중에 4차 산업혁명의 전조가 있을 텐데, 어떻게 대책을 마련하실지 궁금하다.

물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위원회를 조성(대통령 지속기관으로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있다)해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필자가 2018년 1월 5일에 해당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회의 안건이 8건, 보도자료 10건, 공지사항 0건이었다. 책을 수정하면서 2018년 2월 8일에 다시 홈페이지에 방문했다. 회의 안건 9건, 4차 산업혁명 관련 자료 26건, 보도자료 12건이었고, 공지사항 배너는 삭제된 상태였다. 2017년 9월 26일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현 위원회가 하는 일을 알고, 반대로 그 위원회는 국민의 수준을 얼마나 알고,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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