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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앞에 선 대한민국(8) : 눈먼 자들의 도시인가?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35)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1.22 09:14 의견 0

지난 회를 읽으셔야 더 쉽게 이해가 됩니다.^^

지금 시대를 정보화 시대라고도 하며, 디지털시대라고도 한다. 아날로그적인 매력에 흠뻑 빠지는 것을 종종 원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하기도 하지만, 현대를 아날로그 중심 사회라고 하지는 않는다. 굳이 표현하면 디지로그가('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도기, 혹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첨단 기술을 말한다) 맞는 표현이고, 이 표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계속 사용되리라 생각한다. 독자들의 생각에 따라서는 디지로그를 과거의 언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섞인 세상을 산다는 차원에서 이 말을 대체할 만한 표현이 무엇이 있을까

아쉽게도 강사(지난 회에 언급한 카이스트 출신 강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표현하는 적절한 언어를 제시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의 충격』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물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등으로 인간의 모든 행위와 생각이 온라인 클라우드 컴퓨터에 빅데이터의 형태로 저장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것은 사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치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어떤 이는 디지로그(Digilogue), 어떤 이는 Cyber Physical System(CPS), O2O(Online to Offline)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정리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을 언급하면서 이 기업들을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말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이러한 기업들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GM과 아마존과 같은 업체의 성장을 예측했다(그러나 실제로 많은 전문가는 페이스북, 구글 등의 쇠락을 점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플랫폼 제국』에서는 위 기업들의 성장을 예측했다). 전자는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업 회사이고, 아마존은 대표적인 온라인 기업이다. 전자는 2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한다면, 후자는 당연히 지금을 대표한다. 강사의 주장은 미래 자동차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될 것이니 자동차 회사가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고, 온라인 부분의 상거래가 이제 포화에 이르러 아마존도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으니, 온라인에서만 수익이 발생했던 기업들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사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계를 중요하게 설명한 것은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화’로 규정한 것은 스스로 모순에 빠진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자신의 정의를 완전히 부정한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전문가라고 하는 강사조차도 스스로 무엇을 정의했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강사의 표현을 교정한다면,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보화와 인터넷의 보급은 인류의 대부분을 정보화했고 이를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해서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을 만들고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제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연결을 더욱 가속 시키고, 마케팅 분야에서는 오프라인 영역까지 연결을 확장하는 ‘옴니채널’ 등이 가능해지면서 가상과 실재가 조화를 이루는 더 향상된 디지로그의 세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인가' : 현실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일반 시민은 물론 공무원, 관련 전문가들도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사례를 통해서 설명한 것이다. 어둡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등불을 밝힐 이유가 없다. 먼저, 현 상황이 어둠임을 인정하고, 미래도 대부분 사람에게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후에, 이를 고려해서 미래를 위한 이정표와 맵(Map)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이 약인 것처럼 여긴다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온통 시각 장애인들만 가득한 ‘눈먼 자들의 도시’(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주제 사라마구 작품의 제목이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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