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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저항 : 아날로그의 반격인가?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36)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1.23 11:38 의견 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저항

아날로그의 반격인가

아날로그가 주는 향수가 있다. 시계를 착용하는데도 숫자만 있는 디지털 시계보다, ‘짹깍짹깍소리를 내면서 가는 아날로그 시계를 선호하기도 하고 수많은 e-mail을 받지만, 알아보기 힘든 손 글씨가 적힌 편지를 받으면 감동한다. 최근에는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보완해서 손 글씨를 그대로 디지털화해서 저장해주는 기능이 있는 태블릿도 있다.

현대는 분명 디지털화된 시대지만, 카페가 계속 늘어나고 서점이 더 생기고, 새로운 여행 지가 발견되고, 온라인 몰이라고 생각했던 아마존 같은 기업들도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서점으로 유명한 ‘yes 24’가 강남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고, 교보문고와 같은 기업형 서점들이 백화점과 같은 쇼핑몰에 오픈하여 더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한다. 물론, 쇼핑몰에 입점한 서점은 책만 파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진정 아날로그의 반격일까 혹은 온라인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반격도 아니고 한계도 아니며, 과도기 균형을 형성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한쪽 측면이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 된 적은 있었어도 한쪽만 존재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현재의 아날로그와 관련한 관심은 과거 아날로그 방식과 관련한 것이 아니고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된 상태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세대이다. 디지털 기계에 상당히 취약하며, 반면에 우리 세대는 아날로그를 먼저 접한 후에 디지털 폭격을 맞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는 디지털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고, 아마도 필자의 세대가 아날로그를 먼저 경험한 것처럼 디지털을 먼저 경험한 세도로 이들을 가리켜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칭한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어디에 방점을 찍었든 간에 이 둘은 앞으로도 계속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쇼핑과 관련한 예를 들어보겠다. 필자는 물건을 구매할 때 인터넷 화면만 보면서 고르기보다는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택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필자는 보통 쇼루밍’(‘showrooming’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보고, 인터넷을 통해 가장 싼 가격에 구입하는 방법이다) 방식을 선호하는데, 다음 세대는 인터넷 검색 후 오프라인에서 구입할지도 모른다.

같은 상품이더라도, 가격이 같지 않다. 한 번 검색창에 상품번호를 넣으면, 같은 상품인데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쇼루밍 방식을 이용하면 가장 저렴한 것을 구입할 수 있는데, 소비자가 항상 그렇게 합리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면 출시되는 전날부터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다. 줄을 선다고 해서 제품이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비싼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하게 된다. 여기에는 경험이라는 추가적인 요소가 붙는다., 웹루밍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webrooming’은 온라인 배너광고를 통해 제품을 알게 되고 충분히 정보를 검색한 후, 생각한 제품이 가장 좋다고 판단되면, 실물을 비치해놓은 가까운 매장을 검색한 후 제품을 구매하러 매장에 가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2017년 겨울 히트 상품이 롱패딩이다. 필자도 백화점을 돌면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보고 모바일로 온라인 몰을 확인해 보니, 3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경로가 있었다. 그런데, 주변의 지인들이 자녀들에게 사주는 것을 보니, 매장에 가서 직접 좋아하는 상품을 사주고, 없는 경우에는 매장에서 직접 주문한다는 것이었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말하듯이 디지털에 기기에 둘러싸여서 살다 보니 좀 더 촉각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경험을 갈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필자의 생각에는 어차피 매장에서 주문을 통해 구입할 바에는 같은 상품을 인터넷으로 더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10대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날로그가 감초 역할을 할지는 몰라도 디지털을 압도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사물인터넷이 보편화 되고, 자율주행자동차가 돌아다니는 세상에 아날로그가 핵심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아날로그가 소멸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파티 준비를 잘해 준다고 해도 그 흥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인간은 있어야 한다.

시대에 맞게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한다면, 될 것이다. 실제로 아날로그의 반격에서도 주장하는 것도 양자의 균형이지, 새로운 아날로그 시대의 창궐이나 득세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율주행자동차가 운행된다고 해도 운전을 미치도록 하고 싶어 하는 운전광들이 존재할 것이어서 그들을 위한 제한된 공간이나, 법적인 제도가 마련될 것이다.

마치 현재 흡연 구역이 마련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디지털화된다고 해도 여행자는 이동해야 한다. ARVR이 실재보다 더 실재같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랜드 캐년을 찾아가는 사람은 항상 존재 할 것이다. ,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을 통해 숙소를 예약하고, 우버 등을 통해 이동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균형의 흐름을 이해하고 잘 이행하는 국가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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