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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안 : 인문학일까?(1)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37)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1.26 12:46 의견 0

인문학이 대안인가

『센스메이킹』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학, 기술, 과학 등 이공계적인 사고가 유리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지만, 인문학의 중요성을 간과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인문학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폭넓은 인문학 과정을 수료하면 잘 훈련된 두뇌의 핵심 요소인 개념적, 창의적, 비판적 사고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

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공학과 인문학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현 상황은 이공학과 비교할 때 인문학이 상대적으로 약세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예 대놓고 『이공계의 뇌로 산다』와 같이 이공계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고등학교 문과를 나와서 인문학을 전공한 후, 학자가 되는 것을 제외하고 전공의 연장 선상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11년 기준으로 인문계 취업률은 79.7%, 공학계 87.8%였고, 전공과 상관없는 일자리를 구한 인문계 출신은 44.9%, 공학계 출신은 23.4%를 보여주었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시대는 인문학 전공자를 외면한다. 알파벳 같은 글로벌기업이 인문학 전공자들을 대거 채용했다고 보도가 종종 들릴 때면 인문학의 중요성과 관련한 이슈가 크게 부각 된다.

하지만 필자의 인문학의 중요성을 거론하는 것은 인문학 자체만을 가지고 따져 보는 것이 아니라, 이공학적인 사고와 결합했을 때의 시너지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철학만 할 수 있는 사람이 구글에 채용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페이스북의 마크 주크버그가 친구 더스틴 모스코비츠(이후 페이스북의 CTO가 됨)가 코딩을 못 한다는 이유로 창업멤버에서 제외하려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리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밀려나고 마케팅 전문가인 CEO(존 스컬리)가 고용되었을 때, 애플은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물론, 마크 주크버그나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 계통의 전공자였지만(둘 다 중퇴했다), 이들은 컴퓨터에 관련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구글의 주요 인물들은 컴퓨터 전공자들이지만,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고 채용할 때 인문학 전공자를 선발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만을 아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이공학적인 부분을 다룰 수 있는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할 것이다. 구글의 창립자 래리 페이지는

“엔지니어들은 주로 매우 한정된 영역에 대해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여러 분야를 통합할 수 있어야 남과 달리 생각할 수 있고 훨씬 미친 계획을 꿈꿀 수 있고, 그래야 혁신적 방법을 떠올릴 수 있어요.”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중에서

라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여기서 다양한 분야라고 한다면, 이공계 출신에게는 인문계 영역이 될 것이고, 인문계 출신자들에게는 이공계 영역의 지식이 될 것이다.

실제로, 아날로그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이나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이공계적인 사고와 분석능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진 상태에서의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아직 이 둘의 조합을 석연치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아래는 2018년에 한 대학의 영어교육학과에 입학하게 될 조카와의 이야기다.

필자 : 대학에 합격한 것, 축하한다. 그런데, 영어교육과라고 해서 전공공부만 하지 말고, 이공계와 관련한, 특히 컴퓨터와 관련한 학과랑 이중 전공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을 거야. 한국의 인구를 볼 때 점점 인구는 줄 테고, 교사 수도 줄일 가능성이 큰데, 교사를 하더라도 코딩을 할 줄 아는 교사가 임용에 있어서 유리할 것 같구나.

조카 : 저는 이공계 계통으로는 소질이 없는 것 같은데요.

필자 : 소질이 없어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면, 해야겠지. 미래는 영어와 더불어 코딩능력을 기본으로 갖춰야 하거든.

대학교 합격 소식을 듣고, 채 며칠이 안 됐을 때 해준 조언이었다. 필자의 예상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 수가 줄어드는 것은 맞다. 학생 수가 줄고, 학교 간의 통폐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사를 기존처럼 임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8 세계미래보고서』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채용할 때 그 전공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부가적인 능력을 볼 텐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능력은 컴퓨터와 관련한 능력일 것이다. 인터넷 검색이 정도가 아니라, 코딩능력이 있는 교사 지원자가 채용되는 데 있어서 훨씬 유리할 것이다. 조카는 기존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을 받았을 테니, 당연히 이공계와 관련된 조언이 낯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교육 시스템으로는 분명, 미래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한국에서 문과와 이과의 결정은 수학, 과학의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통섭형 인간을 원하고, 기본적인 코딩능력을 원하고 있으니, 싫어도 배워야만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권장하고, 대학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물론,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어느 정도 효율적으로 실행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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