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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제대로 준비하자! : 문제 인식(1)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40)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1.29 11:50 의견 0

5. 4차 산업혁명, 제대로 준비하자

4차 산업혁명은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 시대는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와 더불어 장미 가시 같은 형극(荊棘)의 길을 요구할 것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구한말(舊韓末) 비극의 역사가 21세기에 되풀이될지도 모른다.

문제 인식 1. 이제, 그들만의 고독한 상아탑에서 탈출하자.

일반적인 학술적인 글들은 대부분 문제 제기 수준에서 그친다. 그리고 추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아탑의 고뇌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그와 같은 고독한 고뇌가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아니면, 학계 역시 함부로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카르텔이어서 한동안은 지금처럼 고독한 상아탑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SNS를 모르는 사람이 정치하기 힘들 듯이 마찬가지로 학문으로서 정치학을 하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다.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서 너무 벗어나면, 외딴 섬에 혼자 머무르게 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정확한 문제 인식은 중요하다. 슬라보예 지젝은 『멈춰라, 생각하라』에서 현대 철학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똑같은 언어라 할지라도 과거와 현재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재를 고려해서 과거의 언어를 재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고독한 상아탑에서 자주 나와야 한다. 그래야 과거의 언어를 이 시대의 언어로 번역하고 해결방법도 제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그들만의 연구실에서 나와 현실을 경험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언어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옷을 입지 못한다. 또한, 학문 간의 사일로 효과를 극복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학문적 공황상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MIT는 2015년 기준으로 8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는 이공계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숫자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의 이유가 산업계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고립현상)적 연구보다는 철저히 산업적인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고 한다. 즉, 현장과 연결된 연구의 결과라는 것이다.

2016년 ‘네이처’는 “한국의 GDP대비 R&D 투자 비중이 1위”라고 하면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아직 내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한때 알파고 열풍으로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 강화를 주장했지만, 중장기 비전은 없고, 말뿐인 구호에 그쳤다. 바로 이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문제 인식 2. 합리적이지 못한 개인, 그래서 ‘넛지’가 필요하다!

필자는 학부 시절에 민주주의와 가디언십(guardianship, 철인통치)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철인통치가 민주주의와 비교해서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보편적으로 가디언 십(철인통치)보다 가치 있게 받아들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도입하면 좋은 국가나 사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정부, 구성원의 수준에 대한 부분이다.

수많은 이론은 행위의 주체를 합리적인 개인이라고 가정하고 제도를 논한다. 합리적인 개인은 정치 철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유효한 가정이다. 그러나 역사는 합리적인 개인만이 존재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등장과 같은 파시즘이 득세했던 상황이나, 수많은 경제 위기의 역사를 볼 때 합리적인 개인이 아닌 무지하고 폭력적인 대중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인간을 개조할 수 있다고 상상했던, 실패한 공산주의를 볼 때도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높은 평가는 전체적으로 맞지 않았다.

최근에 행동경제학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필자는 경제학도는 아니어서 학계의 흐름은 잘 모르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행동경제학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넛지(Nudge)’라고 하면 바로 알아듣는 독자들도 꽤 있을 것이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의 대표작이며, 저자 서문에서 이 책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면서 고마워하고 있다. 이후 넛지의 공동저자인 캐스 선타인의 『와이 넛지』’라는 책도 나와서 경제학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정치학적인 타당성에 대한 궁금증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다. 국내에서도 강준만 교수를 중심으로 해서 『넛지 사용법』이 출간된 상황이니, 그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넛지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님을 가정해서 기존의 경제학 이론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이론이다. 넛지의 적용을 우리 사회에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이 꼭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은 아니라는 가정을 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면 어떨까 남자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넣는 것보다는 좀 더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넣었더니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줄었다고 한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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