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13회차(15) 2015년 9월 11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승인
2018.12.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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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걸 어떻게 알았어
- 대일이한테 배웠어요.
2년 전 이맘때 쯤 대일이하고버지니아비치에서 밤을 세워 낚시를 했는데
입질이 없어서 둘이서 싸구려 짐빔 버본 위스키를 먹다가드러누웠어요.
입질 기다리면서 사슴육포를 먹는데,
씹다가 턱이 아파서 더는못 씹겠더라구요.
그래서 대일이한테,
'대일아! 너 저 별들에 대해서 아는 거 있으면 얘기 좀 해봐라'
그랬더니 물리학을 전공한 아들 녀석이
천체물리학 시간에 들은 첫 강의를 줄줄이 엮더라는-
- 우주에는 별이 몇개나 된대요
형님보단 형수님이 별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다.
- 모르죠. 세어보지 않아서요.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어요.
- 그게 뭔대요
- 어젯밤 오로라를 볼 때 하늘에 별들이 엄청 많았죠
- 그래서요
- 그 많은 별들 중에 절반 이상은 죽은 별이래요.
- 죽다뇨
별이 죽나요
- 그럼요!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의 거리를 1초로 환산할 때
반짝이는 별빛이 지구까지 오는 시간이 몇천 몇만 광년씩 되거든요.
- 어머 그래요
- 별들의 평균 수명이 몇억 년이라면
어떤 별이 지구에 반짝이는 별로 보일 때까지
벌써 몇만 년이 흐른 거겠죠.
- 여보 그런 골치 아픈 얘긴 그만 하고~
우리 은퇴하면 여기서 살자.
- 살진 말고 꼭 한번 다시 오자.
- 당신은 지난 20년 넘게 나를 데리고 여러 곳을 다녔어도
다시 가겠다는 곳이 하나도 없었는데
여기 참 좋다, 그치
- 대일아빠 말이 저기 저 섬이래요.
여보. 1963년에 터진 화산으로 섬이 하나 더 생긴 곳이-
형수님이 수평선 아득한 거리에 떠있는 섬들을 가리키신다.
- 수릇시라는 섬이죠.
4년 반 동안 바다 한가운데에서 불이 났어요.
아내도 한마디 거든다.
- 유네스코에서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놔서 섬에는 못들어 간대요.
두 아가씨가 나한테 귀동냥한 얘기를
콩닥콩닥 잘두 주워 삼키신다.
노예로 끌려갔다가
수십년이 지나 다시 찾아왔다는데 고향이란 그런 걸까
꿈엔들 잊힐리야.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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