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사가 붙어도 보상받기 어려운 예비군 훈련 부상

“왜 민간전문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는가?”(4)

윤준식 기자 | 기사입력 2018/12/21 [11:57]

손해사정사가 붙어도 보상받기 어려운 예비군 훈련 부상

“왜 민간전문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는가?”(4)

윤준식 기자 | 입력 : 2018/12/21 [11:57]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 시사N라이프는 병역 의무 이행 중 부상을 입은 두 청년, 이찬호 씨와 나병훈 씨의 사연을 통해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군 의료체계의 부실을 고발했습니다. 첫 눈이 내린 지금,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늦게나마 정당한 보상과 충분한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을까요?

 

저희는 피해자 중심의 태도를 철저히 지키며 사건의 전개를 수 개월 간 지켜보았습니다. 피해 당사자 본인과 군부대, 기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했지만,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이 반응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찬호 씨는 SNS를 통해 비교적 건강해진 최근의 모습을 공개하여 큰 화제가 됐습니다. 시민들은 고통스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굳건히 지켜내는 그의 모습에 호응하고 온 마음으로 응원했습니다. 

 

나병훈 씨도 다시 직장을 다니며 무너졌던 일상을 다시금 단단히 쌓아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이 자신의 삶을 재건해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됐어야 할 국가의 보상과 사과는 여전히 무기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일까요? 나병훈 씨의 후일담을 먼저 전합니다.

 

아래 기사의 후속기사입니다.

[9월 10일] 예비군 훈련 중 중상... 돌아온 대답은 "인대 끊어져도 잘 산다"

  

 

▲ 퇴원하기 전의 나병훈 씨     © 나병훈 SNS


¶ 예비군 훈련 중 발목 중상... 돌아온 대답은?

  “인대 끊어져도 잘 산다”

 

17사단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던 나병훈 씨는 훈련장에 엉성하게 배치돼있던 가설계단을 밟고 미끄러져 발목이 꺾이는 심한 부상을 당했습니다. 긴급한 상황이었으나 훈련장에 배치된 의무병에게 받을 수 있는 조치는 의무병이 휴대한 스프레이 파스 뿐이었고,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빈 깡통 상태였습니다. 장시간 대기 후 의무대로 후송됐으나, 극심한 고통으로 MRI 정밀검사를 요청하는 병훈 씨에게 돌아온 것은 “응급상황이 아니므로 1개월을 대기해야 한다”는 군병원 관계자의 황당한 답변 뿐이었습니다. 당시 담당 군의관은 “인대가 끊어져도 잘 사는 사람도 많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집에 돌아간 후 부기와 통증을 이기지 못한 병훈 씨는 전문병원을 찾았고, 전문병원은 병훈 씨의 부상이 심각한 응급 상황이라 판단하고 즉각적인 MRI 검사 후, 바로 다음날 긴급 수술을 진했습니다. 군병원의 진단대로 가벼운 조치를 한 후 1개월 지나 MRI 검사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 “MRI를 안 찍어봐서 인대파열 몰랐다?”

  이미 인대파열 우려해 MRI촬영 요구했는데도?

 

이에 본지는 17사단 측에 접촉했고 사단 공보장교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들었습니다. 우선 나병훈 씨가 발목부상을 당한,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된 부실한 훈련장 계단에 대해 묻자 “나름의 구색을 갖춘 계단”이며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방통행식으로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대답을 들려줬습니다.

 

사고 직후 이송차량 도착이 지연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교장에 다른 훈련이 있어 2∼3분가량 지연됐을 뿐 ‘늑장대응’은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된 군의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당시 병훈 씨가 매우 불평을 하여 달래려고 한 말”이라는 것이 부대 측의 입장이었다.

 

17사단 측은 시사N라이프가 공식 답변을 요청할 때마다 적극 응하였고, 사안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군의관의 발언에 대한 책임 일부를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듯한 해명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보상문제도 단기간의 휴업보상금 정도를 지급하겠다는 기존의 입장만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아울러, 군병원에서 인대파열을 잡아내지 못한 것은 군병원측의 오진이 아닌지를 질의했습니다. 공보장교는 “MRI 촬영을 하지 않아 진단내릴 수 없었다”는 것이 부대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해왔습니다. 그러나 MRI 촬영을 병훈 씨 본인이 강력히 요구했고, 요구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응급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여 군병원측이 즉각적인 검사를 거절한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충분한 답변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수술 후 퇴원한 후에도 깁스를 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나병훈 SNS

 

¶ 병원 근무 경력자도, 손해사정 전문가도

  해결하기 어려운 ‘군 보상체계’

 

시사N라이프가 다시 만난 나병훈씨는 오랜 치료기간과 재활과정으로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아직 치료의 차도가 더디고 걷는 데도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었습니다. 

 

본지가 병훈 씨에게 “부대 측에서 휴업보상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보상협의는 잘 되었냐”고 물었으나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부대 측에서 응급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수술비와 치료비용 300만 원의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대 측 논리는 또 다시 “응급이 아니라 MRI 촬영에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맥락과 같았습니다. 민간 전문병원에서의 검사결과와 긴급수술은 군 의료진의 잘못된 판단을 비춰주는 데도 말입니다.

휴업보상 문제도 병훈 씨가 현재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소 비용만 받게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성우의 꿈꾸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성우수업과 오디션을 받기로 했는데, 마침 예비군 훈련통지가 있어 예비군 훈련을 전환점으로 잡았던 터였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데다 장기간의 치료를 받아야 해 오디션은 커녕 수업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모아 둔 저축조차 병원비로 모두 써버리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진로도 미루게 되었고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다시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나병훈씨는 자신의 사비를 들여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계속해서 부대 측에 적절한 보상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부대의 책임이 명백한 데다 치료비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또한 정확한 보상을 청구하기 위해 사고 발생 6개월이 경과된 시점인 내년 초에 재검을 받은 후 장해 여부를 진단받아야만 한다고 합니다.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과 힘이 들어가야 하는데, 왜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대 측은 시사N라이프의 취재 접촉이 있고 난 후에야 병훈 씨에게 “늦게나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합니다. 보도를 통해 공론화가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면 보상은 커녕 사과조차 받기 어려웠을 지 모를 일입니다.

 

 결국, “다치면 나만 손해”

이런 시스템에서 정병강군(正兵强軍) 가능할까?

 

병훈 씨는 본지와의 대화 중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혈기왕성하던 본인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해 듣는 이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부상 이후 움직임이 불편해지며 심리적인 위축도 겪었지만, 어려움들을 스스로 극복하고 다시 병원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는 날엔 여전히 고통이 심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병훈 씨는 “병원 노동자로 일 해보아 의료시스템을 잘 알고, 손해사정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신도 이렇게 힘든데, 지식과 인맥이 없는 상황 속에서 부상을 당한 다른 예비군들의 상황은 오죽하겠는가? 특히 현역병 후배들은 어떻겠는가?”는 말을 남겼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사고와 그로 인한 후유를 개인의 힘으로 극복하도록 만드는 군 의료시스템은 개선될 수 있을까요?

 

병훈 씨를 비롯, 군병원의 허술한 의료체계와 부대 내에서 발생되는 사고로 인하여 뜻하지 않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납득할만한 사과와 보상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와야겠습니다.

 

[취재: 강동희 기자 / 윤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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