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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림화실' 민화작가 박태숙(1) “병원 사무원에서 민화 작가로”

김혜령 기자 승인 2018.12.26 10:06 | 최종 수정 2019.10.25 11:20 의견 2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산다. 어떤 사람은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가정환경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무한다.

처음엔 가정형편 때문에 병원 사무직으로 근무했지만 30대 후반 처음으로 접한 민화로 인해 인생의 2막을 새롭게 살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처음엔 어릴 적 꿈꿨던 그림을 그리고 싶어 시작한 민화였지만,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신예 작가가 되었다. 민화 뿐 아니라 리본공예, 천연화장품, 팝아트, 가죽공예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공방을 운영하고도 있다. 우리 동네 작은 예술가, 박태숙을 만났다.

▲ 박태숙 민화작가. 직장생활로 시작했지만 현재 민화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하고있다. ⓒ 김혜령 기자


그림에 대한 관심에서 민화를 시작하기까지

작가라고 하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릴 때부터 두드러진 천재적인 재능’, ‘해외 유학’, ‘예술계에서 촉망받는 지식인’이다. 그러나 박태숙 작가의 첫 직장은 병원 사무직이었다. 물론 공예, 그림에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고민하다 보니 예술계로 가지 못했다. 첫 직장을 병원 사무직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자신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일도, 적성에 잘 맞는 일도 아니었기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고민에 봉착했다. 결국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자신의 잊혔던 그림에 대한 열망을 위해 민화를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림을 민화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민화와의 첫 만남은 지인이 민화를 배우고 싶다며 민화수업을 알아봐 달라고 한 데서 시작했다. 별 생각 없이 민화수업을 알아보다 자신이 민화에 매료된 것이다. 빨강, 노랑의 강렬한 색채, 우스꽝스러우면서 친근하게 생긴 그림 속 동물들과 그림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민화란 조선 후기에 유행하게 된 그림의 화풍으로 실용적인 목적으로 그려졌던 그림이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주로 민간의 이름없는 작가들이었으며 산수, 화조 등의 전통 회화를 모방했다. 민간에서는 민속적 의미를 담아 집안의 복을 비는 부적의 의미를 담기도 했으며 생활공간의 장식으로 걸었다. 서양 유화에서 풍기는 기름 냄새와 달리 진한 먹의 향기와 촌스럽지 않은 고고한 원색이 박태숙 작가를 민화의 세계로 이끌었다.

▲ 박태숙 작가가 그린 호작도. 처음엔 서투른 솜씨로 작품을 그려냈지만 그때의 느낌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 박태숙 작가


그녀가 처음으로 그린 작품은 ‘호작도’라는 작품이었다. 토끼와 호랑이가 그려진 그림으로 우스꽝스러운 호랑이의 모습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처음 붓을 들어 선을 그을 때 손목을 쓰는 방법, 붓의 농담을 조절하는 방법이 서툴러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자신의 붓에서 피어난 첫 번째 작품을 잊지 못했다. 그 짜릿함이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단순한 호기심과 흥미로 시작했지만 점점 손에서 붓을 못 떼는 그림쟁이가 되었다. 민화수업을 듣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으로 진지하게 그림에 임했다. 그림을 한 폭 한 폭 완성할수록 새로운 화풍에 대한 갈급함을 느꼈다. 문화센터 수업보다 더 전문적인 것을 원했다. 스승을 찾아 입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섬세한 붓의 표현과 기존과는 다른 색감을 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인사동에서 만난 윤인수 선생님을 통해 새로운 화풍과 만났다.

“민화는 강렬한 색감이 강조된다”고 생각해 오던 차에 윤인수 선생님의 민화는 큰 충격이었다. 자신이 알던 민화가 강렬한 화장을 한 여성의 모습이었다면, 윤인수 선생님의 그림은 진한 차향과 함께 우아하게 등장하는 여인같은 민화였다. 윤인수 선생님 밑에서 민화를 향한 지식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윤인수 선생님 문하에 들어간 후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한 나무처럼 성장하기 시작했다. 화풍에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존재감이 깃들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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