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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지방분권: "새 술은 새 부대에!"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60)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1.02 12:02 의견 0

4차 산업혁명과 지방분권

4차 산업혁명은 반드시 지방분권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 조금 열기가 식긴 했지만(사실 일반 국민은 4차 산업혁명이나 지방분권에 큰 관심이 없다), 4차 산업혁명만큼이나, 중요한 이슈가 지방분권이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술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부대가 지방분권이기 때문이다.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 둘을 연관시킨 책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학 분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잘 모르고, 이공학에서는 정치학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다시 한번, 통섭을 강조한다).

2018년은 지방선거가 있었다. 이미, 조기 대선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고,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를 이끌고 갈 구성원이 선출됐다. 이슈는 늘 그렇듯이 경제가 됐고, 야당은 여당을 대안 없이 비난하면서 지지층을 단합시켰고, 여당도 야당의 비난에 우월한 정책보다는 그저 힘을 실어 달라는 외침을 더 좋은 마이크와 확성기를 통해 야당의 소리를 묻어 버리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필자는 4차 산업혁명과 지방분권과 관련한 내용이 많은 후보의 유세 가운데 다양한 방법으로 전파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저 개인적인 부질없는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대부분 후보는 그렇지 못했고, 일반 유권자들 역시, 4차 산업혁명도, 지방분권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혹은 후보자도 두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아는 척했는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여러 특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수평(평등, 혹은 민주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과 분산이 지방분권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블록체인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불평등, 디지털 격차 등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4차 산업혁명 자체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인류의 평등을 지향한다. 지방분권은 중앙에 집중해 있는 ‘권력(勸力) 이양(移讓)’에 대한 시대적 요청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지방정부 수준으로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지방자치단체와 지방정부를 구분하지 못하는 시민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규모는 다를지라도 그 권한은 동등하다. 즉 공평성(equity)을 의미한다. 지금처럼 모든 권한이 서울에 집중돼있는 상황에서 공평성은 요원한 일이다. 이러한 권력의 초집중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장애가 될 뿐이다.

따라서 지방분권은 4차 산업혁명의 분산, 수평(평등)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될 수 있다.

다음은 효율성(efficiency) 측면이다. 4차 산업혁명의 또 따른 특징은 효율성이다. 현재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공유 경제가 하나의 방법이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사물인터넷 활용의 목적에도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이 포함된다.

지방분권도 효율성의 측면에서 현재 중앙집권적인 구조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 규모가 작은 국가에서 지방분권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지방분권제를 할 수 있을 만큼 경제 규모가 크며, 사회가 복잡하고 다원화되었다. 따라서 각 지역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지역에 맞는 정책을 유연하게 실행할 수 있다면, 더 효율적인 운영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더 지능적으로 지방분권 제도를 뒷받침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지방분권이라는 부대에 담으려는 시도는 현재 수준에서는 달성할 수 없다. 그 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두 개념조차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새로운 부대에 새로운 술을 담기 위해서는 기존의 부대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즉,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지역혁신이 필요하다. 각 지역의 대학, 기업, 정부, 연구기관 등 지역의 혁신 주체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주민이 참여하지 않는 시스템은 일부 토호 세력들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형국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할 과제도 동시에 주어진다.

이 외에도 지방분권과 관련한 문제는 두꺼운 책을 써야 할 정도로 산적해 있고,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찰은 필자보다 더 전문적인 저자들이 정리해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물론, 필자가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동저술을 하고 싶다. ‘프로암’(pro-am 프로와 아마추어 조합이다)의 방법으로 말이다.(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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