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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아는 블록체인] 우리 시대의 제5원소는 바로 ‘이더(Ether)’입니다!

이더리움 상식③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1.04 15:27 의견 2

오늘은 이더리움의 ‘이더(Ether)’의 기원을 이야기 해 볼까요 현재 한국에서는 ‘Ethereum’을 ‘이더리움’이라 말하지만, 초기에는 ‘이시리움’, ‘에테리움’으로 표기하기도 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라틴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정말 국적 불명의 명칭이기 때문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여러 가지 표기가 가능한데, 라틴어를 기준으로 하면 ‘에테레움’이라 해야하고, 영어를 기준으로 할 때도 미국 표준 발음 기준으론 ‘이시리엄’, 영국 표준 발음으로는 ‘이시어리엄’이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왜 ‘이더리움’이라 표기하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이더리움을 한국에 처음 알린 커뮤니티에서 ‘이더리움’이라 발음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에테리움’, ‘에씨리움’, ‘이더리움’ 등 여러 후보를 놓고 회원들 간의 투표를 거쳐 ‘이더리움’으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당시 이더리움 한국 동호회는 스위스의 이더리움 본부가 유일하게 공식 인증한 한국 커뮤니티였고, 당시에는 유일한 이더리움 모임이었습니다.

‘이더(Ether)’는 무엇일까요


먼저, 신화와 철학의 시공간으로 잠시 이동해 보겠습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 중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세계가 네 가지 원소 즉, 공기(air), 물(water), 불(fire), 흙(earth)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중 공기는 ‘에테르(Ether)’와 관련된 원소입니다.

처음에는 ‘에테르’가 아닌 ‘아이테르(aether)’라고 했는데,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대기의 신의 이름이 ‘아이테르’였습니다. 아이테르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하늘보다 더 위에 있는 하늘을 의미하며, 신들이 사는 영원불멸하고 깨끗한 공간을 가리킵니다.

고대세계에서는 대기권 밖에 우주 공간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해나 별 같은 천체는 ‘위쪽 하늘’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에테르는 ‘천국’, ‘하늘나라’ 같은 공간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기권 위의 물질세계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에테르에 대해 설명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언젠가는 멈추게 되는 유한한 지상의 물체들과는 달리, 영원한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천체는 4원소만이 아닌, 에테르를 포함한 5원소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서도 에테르에 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고, 아이작 뉴턴과 같은 과학자도 연금술을 신봉하며 에테르가 세상에 존재한다 여겼습니다. 그러다 한때는 에탄올이 에테르로 여겨진 적도 있습니다.

이제 과학의 시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17세기 로버트 보일(Robert Boyle)이 진공 실험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진공은 존재할 수 없다(진공이 없다는 것은 곧 그 안에 에테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를 반박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에테르의 존재를 믿었던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로버트 보일이 행한 실험은 진공을 입증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유리를 구성하는 원자보다 작은 원자로 에테르를 상정했습니다. 이 논쟁은 이후로도 종식되지 않고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에게까지 넘어갑니다.


처음엔 에테르 개념을 놓고 빛의 본질이 파동인지 아니면 입자인지에 대한 논쟁에서 많이 등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빛이 파동이라는 주장과 함께 그 매질로서 에테르가 언급되었습니다. 뉴턴은 빛이 파동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에테르의 존재는 믿었습니다.

실제로 뉴턴이 연금술을 믿었으니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뉴턴은 “모든 공간이 다양한 밀도의 에테르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천재적인 과학자의 생각에도 에테르가 있어야만 설명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입니다.

후에 토마스 영(Thomas Young)이 빛의 간섭 현상을 발견한 후로 빛은 파동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자 많은 사람이 에테르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뉴턴의 역학이 큰 성공을 거둠에 따라 에테르에 대한 역학적 모델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에테르를 탄성 고체라 가정하고 에테르에서 진행하는 파동으로서 빛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 맥클라흐(MacCullagh)는 에테르가 회전 저항성과 비 압축적인 성질이 있다고 주장했고 후에 톰슨(Joseph John Thomson)과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 에테르 모델을 상정하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이어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에 의해 ‘장(場, field)’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에 영향을 받은 톰슨이 1841년 정전기 문제에서의 역선((力繕)이 무한 고체에서의 열 흐름 선과 수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보인 논문을 발표했고, 1889년에는 열의 전도 현상과 정전기를 연결해서 전자기 현상을 전달하는 매질로서 에테르의 기계적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패러데이와 톰슨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은 맥스웰은 전자기 현상에 관한 자신의 방정식을 구체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 굉장히 복잡한 기계적인 에테르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인슈타인에 이르러서는 특수상대성 이론을 통해 에테르의 존재는 없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특수상대성 이론에서는 진공을 가정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에테르와 같은 물질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수상대성 이론에 대한 반론이 제안되면, 에테르에 대한 논쟁은 작은 소리로나마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더리움의 창시자 부테린(Vitalik Buterin)은 왜 ‘이더’를 사용했을까요

부테린은 1994년생입니다. 2018년 기준의 우리나라 나이로 25살입니다. 이더리움을 만든 게 4년 전이니, 우리 나이로 21살에 달성한 업적입니다.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테린은 새로운 블록체인 체제를 만들면서 공상 과학 분야를 훑어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이더(에테르, Ether)를 발견한 것입니다.

‘에테르’는 지금까지도 존재의 여부에 대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속 뜻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매개로 빛을 움직이게 하는 물질입니다. 고대로부터 세계의 영속성과 관련한 신령한 물질 제5원소로 불렸으니, 부테린이 자신이 만든 블록체인의 이름으로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이만한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보이지 않는 가상의 시공간에서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그 연결을 통해서 경제적인 결과가 나오게 하는 블록체인이 꼭 에테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매개 시스템입니다.

근대로부터 현재까지, 역사의 중심에 섰던 중앙집권 시스템을 끝내고, 미래의 분산 혹은 민주주의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매개로써 블록체인을 떠올려 보면, 바로 제5원소 에테르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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