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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아는 블록체인] 비트코인은 갔지만, 블록체인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1.07 10:06 의견 0

비트코인 열풍은 정말 강력했습니다. 그 시세가 10년 사이에 4,000배가 넘게 올랐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을 암호화폐를 일확천금의 기회로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100만 원의 돈이 40억으로 뻥튀기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죠. 덕분에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에 관심 두게 됐고,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을 매입했습니다. 그리고 거품이 쭉 빠지며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몇 년 전부터 금융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장래성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지며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뜬다는 소리에 마음도 뜰 떠 무턱대고 비트코인을 산 것이죠. 그렇다면 금융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에 대해 비관적인 이야기를 했을까요

반면 블록체인에 대한 전망은 밝기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떠나야만 하는 비트코인에 대해 알아보고, 그런데도 오히려 장래성 있게 논의되는 블록체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떠나야만 하는 비트코인

“가상화폐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떠들썩했습니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화폐로 물건을 사고, 전 세계로 실시간 돈을 보낼 수 있다는 발상이 참신함했고 사람들을 흥분하게 했습니다. 그 시기의 대표 암호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 비트코인은 정말로 혁명의 매개체가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혁명은 없었습니다(사실, 블록체인 혁명이라는 표현은 있어도 비트코인 혁명이라는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비트코인의 부정적인 정황이 드러나며 우려를 끼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활용해서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 불법 사이트가 나타났고, 최대 규모의 거래소가 파탄 나는 등 신뢰를 잃기도 했습니다(안타갑게도 암호화폐에 대한 책임은 거래소가 아닌 투자자들에게만 있습니다).

채굴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선 발행 상한과 채굴 작업에 대한 보상의 반감기가 설정되어 있어서 화폐로서의 장래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의구심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까지는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하락세라는 것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의 정신이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①보유와 활용에 있어서 전 세계의 이용자가 조금씩 나눠서 보유하고, ②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가 시스템을 평등하게 운영하고, ③전 세계에의 다양한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④여러 가지 화폐들 사이에서 교환되고, ⑤인터넷과 실제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두 불가능한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여기서 그 문제점을 좀 더 생각해 보면,

먼저, 평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비트코인이 일정한 프로그램을 통해 짜임새 있게 평등하게 운영된다 했지만, 주도권 분쟁이 있었고 이를 통해서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로 분열됐습니다. 이러한 분열은 더 많은 이윤을 차지하기 위한 독과점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앙 관리자의 부재입니다. ‘탈중앙’을 외치면서 분산과 평등을 지향한 초기 정신을 생각하면 모순적이지만, 실제로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니 이를 적절하게 중재해줄 중앙 관리자가 없는 것이 문제점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분쟁의 결과는 분열뿐입니다.

이윤과 관련한 시스템도 문제점입니다. 채굴에 있어서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채굴자가 비트코인 채굴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트코인의 거래가 승인되는 시간이 더 지연될 것이고-현재도 10분인데 더 길어지면 실질적인 거래는 불가능합니다-, 필요한 계산량이 줄어들어 네트워크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수의 채굴 기업이 과반수의 계산 권력 즉, ‘51% 공격’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는 것은 기우(杞憂)로 그칠 수도 있지만, 채굴 반감기가 존재하고 보상도 줄어드는 판국에 채굴 시 꽤 많은 전기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많았던 이유가 전기 사용 비용이 상대적으로 쌌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2017년 기준으로 채굴 기업 상위 13개사 중 10개가 중국 기업이었으며, 이들의 채굴 점유율도 68%가 넘습니다.

다음으로는 ‘한 줌도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비트코인이 존재하는 형국입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소수의 무리만 거래 승인 작업을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독점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로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수많은 비트코인을 독점보유하고 있습니다. 약 1%의 소유자가 거의 89%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상위 3% 소유자가 97%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채굴 방식이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에 위배 됩니다. 채굴하는 데 있어서 많은 전기가 사용되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 환경 보호의 움직임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님의 침묵

“비트코인은 갔지만 우리는 블록체인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아버지 역할, 실험적인 성격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피자를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교환의 기능이 가능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자산가치의 기능 정도 어쨌든 비트코인의 역할은 한계에 봉착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별개로 블록체인은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진화 시스템입니다. 이더리움이라는 2세대 블록체인이 탄생했고 금융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물인터넷과 더불어 3세대 블록체인의 활용이 예상되는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며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좋은 내용의 고전 영화들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연출진과 배우들을 통해 리메이크가 계속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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