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유나의거리] 길 위의 사람들(11) "청춘의 덫"

성유나 작가 | 기사입력 2019/01/07 [11:24]

[포토에세이 유나의거리] 길 위의 사람들(11) "청춘의 덫"

성유나 작가 | 입력 : 2019/01/07 [11:24]

 

공무원 시험 합격발표가 났나 보다.

 

이른 아침부터 1차 시험 합격자들이 2차 서류를 떼기 위해 구청 현관 민원발급기 앞에 줄을 서 있다. 이 맘 때쯤 인근 주민 센터나 민원발급기 주변은 공시생들로 북적인다. 노량진의 익숙한 풍경이다.

 

▲ 길위의 사람들 #청춘의_덫     © 성유나 작가


이를 보고 있자니 수년 전 주민 센터에서 일할 때 종종 찾아오던 나이 든 청년이 생각났다. 늘 같은 옷에 표정은 불안해보였지만 항상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물 먹고 가려고요."라거나 "라면 구호품 있어요?"라는 식으로 뜬금없이 말을 걸어왔다.

 

가끔 횡설수설 이해 안 되는 말을 늘어놓으며 질문을 할 땐 난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민원 창구라 민원인이 계실 땐 잘 달래서 보낸다고 진땀을 뺀 것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다가도 한참 보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지기도 했다.

 

▲ 길위의 사람들 #청춘의_덫     © 성유나 작가

 

후에 고시원 주인인 지인으로부터 그 청년의 정체를 들을 수 있었다. 9년 넘게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학생인데 시험에 계속 떨어지니 집에 갈 면목이 없어 하릴없이 노량진을 떠도는 공시생이 되었단다.

 

어느 날 청년의 어머니가 오셔서 고시원 주인 앞에서 펑펑 울다 가신 적도 있다고 한다.

 

우연히 거리에서 큰 배낭을 메고 내가 기억하던 그 모습으로 중얼거리며 지나가는 청년을 봤다. 너무 안쓰럽고 가슴 아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부디 안녕하기만을 빌어주는 것뿐이었다. 공무원 시험에 사활을 걸고 살아가는 청춘들의 미래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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