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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훈이를 도와주세요" 소아암 어린이 돕는 마술사 '한열'

윤준식 기자 승인 2014.09.23 16:50 의견 0

시민들의 사랑이 가장 큰 마술! 매주 거리공연으로 소아암 모금운동 이어가

 

 

 


서울의 문화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홍대. 매주 토요일 홍대입구역 걷고 싶은 거리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군데군데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들어가보면 버스킹(Busking)’이라는 거리공연이 한창이다. 주로 음악공연이 많지만 오랫동안 마술공연으로 버스킹을 해온 아티스트가 있다. 스스로 가스펠 매지션이라 불러달라는 한열 마술사를 만났다.


▲ 문화의 거리 홍대에서 소아암 어린이 모금을 위한 거리공연을 진행중인 가스펠 매지션 한열 ⓒ윤준식 기자

아무런 무대 장치도 없는 공터. 종이봉투 안에서 선물세트가 끊임없이 나오고 펼쳐진 책에서는 비둘기가 날아오른다. 길가는 행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마술쇼. 미녀관객을 불러내 흥을 돋운다. 마지막 코너를 앞두고 마술사의 모자를 앞에 내려놓는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소아암을 앓고 있는 상훈(가명)이를 도와주세요. 천원도 좋고 오천원도 좋고 더 적은 금액도 좋습니다.”

공연을 즐기던 행인들이 한사람씩 마술모자 속에 천 원, 이천 원, 사랑의 손길을 더한다. 마술사의 모든 힘이 담겨있다는 마술 모자는 이로써 더욱 강력한 마술을 발휘한다. 한열 마술사의 버스킹은 이렇게 사랑의 힘으로 완성된다.

제가 어린 시절 오랫 동안 병으로 고생했어요. 그래서 프로마술사가 되고 나서 어린이 환자를 위한 공연을 많이 하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 오랜 투병으로 아픈 사람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마술사 한열. 모 방송국의 수호천사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환자들을 자주 찾을 수 있었고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마술을 통해 웃음을 다시 찾아줄 수 있었다고 한다.

▲ 소아암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4년째 투병중인 상훈(가명)이 ⓒJC매직 제공

우연한 기회에 한국 소아암 재단을 통해 상완이를 알게 되었어요. 백혈병이 재발하여 항암치료를 거듭하고 있는데 오랜 투병을 하면서 병원비가 모자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버스킹을 통해 모금운동을 알리고 있어요.”

그는 마술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좋고, 마술사만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좋아 마술사의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을 소개하는 데 가스펠 매지션이라는 수식어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열이라는 예명도 하나님의 열정을 줄여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매직쇼는 판타지로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이지, 주술을 행하는 것이 아니에요. 마술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그러나크리스천 입장에선 마술이라는 단어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어요. 성경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들이나 신앙생활에 관한 것을 매직쇼로 표현하고 있어요. 그런 취지로가스펠 매지션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마술사의 세계에 뛰어든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처음엔 남들과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게 좋아해서 취미로 시작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은결 마술사 덕에 마술 붐이 생기며 마술을 가르치는 대학이 국내에 두 군데나 생겼지만 마술사 한열이 뛰어든 10년 전에는 마술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부족했다.

처음에는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조악한 마술책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어려워서 중도에 그만두곤 했는데 인터넷 동호회에 참여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인터넷을 어렵게 뒤지다 해외영상을 발견하면 그것을 따라하며 될 때까지 해보곤 했죠.”

▲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마술만의 매력을 느끼며 프로 마술사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 윤준식 기자

그가 프로 마술사로 처음 뛰어들었던 10년 전만해도 마술공연이 상업적 가치를 갖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지금은 정식 공연형태의 마술쇼 외에도 지역축제, 어린이 생일파티 같은 이벤트도 다양해졌지만 당시엔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한다.

직업 마술사가 된다고 했을 때 가족들 반대도 컸어요. 당시 강릉에서 서울을 왕복하며 마술 선배들을 따라 다니며 배웠어요. 반년 동안 잠을 제대로 잔 적이 별로 없을 정도였는데 몸에 무리가 와서 실명할 뻔 했었어요.”

한 번 마술 무대를 맛보면 쉽게 놓지 못한다고 한다. 실명위기로 인해 잠시 마술을 쉬게 되었지만 마술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후 마술을 하다 손이 부러진 적도 있었지만 실명위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술을 좋아해요. 대학마다 마술 동아리도 있고 우리나라 마술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세계대회 나가면 한국 마술사들이 상을 휩쓸고 있어요. 단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 거리공연에 모여든 주말 나들이족. 항상 관객과의 호흡과 쇼맨십이 중요하다. ⓒ 윤준식 기자

한열 마술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의 눈썰미가 좋아서 공연에 늘 애로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이빗 카퍼필드도 한국에서 2번 공연한 후 더 이상 한국에서 마술을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마술을 하는 데는 관객과의 호흡, 쇼맨십이 굉장히 많이 필요해요. 실수를 하더라도 그냥 즐기세요라며 넘어갈 수 있는 능력도 마술사에게는 중요해요. 하지만 관객에게 놀람과 감동을 주기는 트릭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 우선이예요.”

실제로 2~3분짜리 마술 하나를 위한 트릭을 준비하는데 1년 걸린 것도 많다고 한다.

앞으로 좀 더 극적효과가 큰 매지컬(: Magical-마술쇼_Magic와 뮤지컬_Musical이 접목된 퍼포먼스)을 해보려고 해요.”

그가 설명하는 매지컬은 기존의 마술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공연이다. 일루젼 마술과 스테이지 마술을 극에 접목한 종합 퍼포먼스를 만드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소극장 연극에 마술이 많이 들어가요. 뮤지컬에 밀리지 않으면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마술 요소를 넣는 거죠. 배우와 스탭들에게 마술을 가르치는 일을 해보면서 매지컬을 고민하게 되었고 우선 어린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줄 수 있는 작품을 기획하고 있어요.”

▲ 기존의 마술공연과 다른 매지컬로 어린이 관객들에게 꿈과 환상을 주겠다는남다른 포부를 가진 가스펠 매지션 한열 ⓒ 윤준식 기자


[후원안내]

후원금 송금계좌: 우리은행 1005-201-607993(김우열_마술사 한열의 본명)

헌혈증 기증으로 동참 가능

연락처: 010-9516-8696 (한열)

※ 후원금 모금은 930일 마감하며, 전액 상훈(가명)이 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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