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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신진 희곡작가를 만나다 - 희곡우체통 '발화'

김혜령 기자 승인 2019.01.16 16:16 의견 0

2019년 1월 14일, 희곡우체통을 통해 선정된 새해 첫 작품이 소극장 판의 문을 활짝 열었다. 희곡우체통이란 2018년 신진 희곡작가를 발굴하기 위해서 국립극단에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작품은 익명 및 필명으로 접수받으며 연령, 경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접수할 수 있다. 선발된 극은 낭독회를 거쳐 국립극단의 ‘젊은 극 작가전’ 공연으로 제작될 기회를 얻는다.

2018년 마지막 작품으로 선정된 극은 서울 예술대학 극작과에 재학중인 김옥미 작가의 ‘발화’이다. 낭독회는 총 90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40분간의 낭독회에 이어 50분간의 작품 토론회로 진행되었다. 원작은 90분이었으나 각색을 거쳐 40분으로 축소되었다고 한다.

▲ 희곡우체통 낭독회의 입구. 빨간 우체통이 그려진 배너가 서있다. ⓒ 김혜령 기자


연극은 총 4명의 등장인물과 지문 및 효과음을 담당하는 1명 등 총 5명의 무대로 꾸며졌다. 이야기는 부산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박사장과 사설 응급차 회사를 운영하는 국준의 갈등을 그려내었다. 여기에 박사장 밑에 얽매어 있는 국준 아들의 친구 오동과 여인 홍단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박사장은 레카차 업체를 운영했던 국준을 꼬드겨 사설 응급차 회사를 꾸린다. 이 업체는 119 무전을 도청해 심정지 소리를 듣는 즉시 구급차를 출동시켜 시신을 박사장의 장례식장으로 옮기는 일을 한다. 덕분에 박사장의 장례식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러던 어느 날 박사장이 각종 사건사고를 예상했음에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묵인으로 인해 국준의 아들이 사망하게 된다. 모든 사실을 안 국준은 홍단과 오동을 박사장 밑에서 데리고 나오기 위해 노력한다.

▲ 낭독극의 배우진. 낭독극임에도 관객석에 엄청난 에너지를 뿜으며 관객들의 집중을 이끌어냈다. ⓒ 김혜령 기자


극은 실제 2017년 부산에서 시신을 가로채기 위해 119 무전까지 도청한 사건을 모티브로 구성되었다. 극의 내용만 놓고 보았을 땐 극이 다소 무겁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극 속에서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과 웃음을 담았기 때문에 유쾌하게 극을 즐길 수 있다.

119 도청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냈다. 배우들도 실제 무대를 방불케 하는 에너지를 쏟아내 극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낭독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작품을 두고 작가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제목이 왜 ‘발화’인지에 대해 김옥미 작가는 “발화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차적 의미로는 ‘불이 붙다’는 의미로 차용했다”며 “화재 사건을 통해 인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놓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다는 의미로도 사용했다”며 제목의 이중적 의미를 설명했다.

▲ '발화'의 김옥미 작가. "극이 무대에서 낭독될 때 행복했다"며 수줍은 후기를 전했다. ⓒ 김혜령 기자


우리는 뉴스로 화재, 인재 등 심각한 사건들을 매일같이 접한다. 그리고 그 사건에 일부 책임감을 느끼며 마음의 짐을 짊어지곤 한다. 발화는 그런 점에서 우리들의 삶을 잘 묘사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한편, 다양한 희곡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희곡우체통은 2019년 약 8편 정도의 작품 낭송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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