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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남는거(18)] "입에서 사르르 녹는 두부의 맛" - 중화역 '콩닢' 두부 수육

김혜령 기자 승인 2019.01.16 17:23 의견 0

두부.

모락모락 김이 나는 두부를 시장에서 사오자마자 간장에 찍어 먹어본 적이 있다. 따끈따끈하면서도 약간 단단한 식감의 두부를 입 안에서 으깨면 콩의 고소한 맛이 기분 좋게 퍼진다. 이와 함께 콩 특유의 비릿한 향이 코끝에 슬슬 피어오른다.

▲ 콩비지찌개와 두부. 미지근한 온도에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두부가 고소하다. ⓒ 김혜령 기자


오늘은 중화역 근처 콩 요리 전문점에 갔다. 가게 이름은 ‘콩닢’. 이름만큼이나 정겨운 두부의 맛을 상상하며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이름답게 메뉴판은 모두 콩, 두부와 관련된 요리이다. 두부 수육을 주문하자 정갈한 밑반찬과 두부, 비지찌개, 비지전, 돼지수육까지 근사한 한상이 차려진다.

커다란 두부를 반으로 잘랐다. 어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 크림치즈와 두부 사이의 강도를 자랑한다. 아주 부드럽게 사아악 하고 갈라진다. 남다른 부드러움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입 안으로 두부를 쏘옥 넣어본다. 사르르 녹아내린다. 아니 두부가 유지하고 있던 네모난 모양이 무너진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입 안에서 두부가 풀어지며 만들어내는 단맛이 특별하다. 고소하면서 담백하지만, 다른 두부보다 단맛이 특별히 더 많이 느껴진다. 두부가 곱게 단장을 한 느낌이다. 여기에 시큼한 볶음김치와 돼지고기가 더해지면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김치의 아삭함, 고기의 쫀득함, 두부의 보드라움이 하나가 되어 입안에서 완벽한 삼박자를 이뤄낸다.

▲ 두부와 보쌈, 볶음김치의 삼합이 인상적이다. ⓒ 김혜령 기자


수육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것은 김치 외에도 파채, 새우젓 등 다양하다. 파채는 아린 맛을 빼 아삭하면서도 허브와 같은 상쾌함도 준다. 새우젓과 곁들이면 짭쪼롬 비릿한 맛과 어우러지며 김치의 새콤 아삭함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비지전은 빈대떡처럼 기름을 충분히 둘러 겉 표면을 튀겨내듯 바삭하게 익혔다. 비지와 함께 들어간 콩나물 향과도 잘 어울린다. 바삭한 겉 표면과 달리 속은 아주 부드럽게 짓이겨진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을 위해 기름을 넉넉하게 두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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