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4배 면적에 병원 하나... 군의관만으로는 응급상황 감당 못해!

“왜 민간전문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는가?”(6)

김형중 기자 | 기사입력 2019/01/28 [00:06]

서울 1.4배 면적에 병원 하나... 군의관만으로는 응급상황 감당 못해!

“왜 민간전문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는가?”(6)

김형중 기자 | 입력 : 2019/01/28 [00:06]

▲ 육군의무후송항공대와 메디온 헬기     © 국방부홈페이지


지난 2018년 시사N라이프는 <왜 민간전문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는가?>라는 주제로 군 응급의료체계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K-9 자주포 폭발 사건 피해자 이찬호 병장과 17사단 예비군 훈련장 사고 피해자 나병훈 예비역 병장이 겪어야 했던 군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할까요?

 

그간 군 의료시스템 문제에 대해 “군이 질병과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런 여론에 발맞춰 국군수도병원을 비롯 총 10여 개의 군 병원과 각급 의무대의 의료 능력 향상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의무지원체계에 대한 만족감이 여전히 낮고 이찬호, 나병훈 씨와 같은 피해자가 계속해서 나오게 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는 독자 여러분이 이미 접하신 이찬호, 나병훈 두 사람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바로 ①최일선 의무능력의 부재, ②체계화되지 않은 환자 후송입니다.

 

이는 두 사람에게만 일어난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14년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에서 발생한 사고를 기억하십니까? 포로가 된 상황을 가정하고 적에게 고문을 받는 상황을 재현하다 하사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한 사건입니다. 

 

평소 고강도의 훈련으로 수퍼맨이라 불릴 만큼의 강철체력을 자랑하는데다 5명 단위의 팀마다 의무 주특기를 가진 특전요원이 있는데 어떻게 이런 참변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당시 발생한 사고는 위험수준이 높은 훈련을 하는 특전사의 훈련 현장에 군 앰블런스를 포함한 의무지원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부상자들은 119구급차를 이용해 청주성모병원으로 후송치료했고 나중에야 국군대전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입니다만 군 의료시스템에 대한 목소리는 크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이 결박당한 상태에서 천 주머니를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 훈련을 책임지는 교관이 불륜 중인 여자 친구와 장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는 자극적인 상황만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훈련이나 작전 중 사고에 대한 군의 대응이 잘못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2014년 4월 19일 세월호 사고 구조작전을 위해 이동하던 대조영함에서 화물승강기 작업을 하던 수병이 머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해상작전헬기를 띄워 제주한라병원으로 부상자를 이송해 치료했으나 안타깝게도 뇌사 상태에 빠졌고 3일 만에 순직했습니다.

 

2015년 해군 2함대 인접 해역에서 훈련중이던 유도탄고속함 황도현함에서 함포오발 사고가 발생해 수병 1명이 중상을 당했습니다. 이때도 헬기 편으로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후송해 치료했지만 170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2018년 울산급 호위함인 마산함에서 30mm 함포탄이 해체 중 원인미상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때도 헬기를 이용해 부산대병원으로 후송했지만 부상자를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소개한 3건의 사례 모두 부상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국방부 식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현장에서 환자 상태를 평가해 가장 효율적인 후송 수단을 이용해 환자 상태에 적합한 가장 가까운 의료시설로 후송한다”는 절차의 존재와 실행사례를 보여줍니다. 혹, 해군만 가능한 것까요?

 

여기서 지적할 수 있는 건 바로 “현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군 의료지원체계 문제입니다. 

 

▲ 해병대전투사 훈련 중. 심폐소생술 훈련장면이다.     © 국방부 홈페이지부

 

국군의무사령부는 사단급 의무대를 1차 진료기관으로,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군 병원이 2차 진료기관으로, 군 최상위 의료기관인 수도통합병원을 3차 진료기관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1차 진료기관은 환자들이 처음 접촉하는 의료기관으로 ‘동네 의원’ 즉 작은 병원에 해당합니다. 2차 진료기관은 100개 이상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을 말하며, 3차 진료기관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의미합니다. 

 

이 말은 군 의료에서는 대대급이나 연대급 의무대가 동네 의원의 기능을, 사단급 의무대에서 병원급 진료를 맡고, 군 병원 및 수도병원이 군내에서 3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1차 진료기관은 ‘건강서비스’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이며 입원을 요하는 치료는 2차 진료기관 이상에서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훈련이나 작전 중 발생하는 부상은 건강서비스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지요. 따라서 ‘사단에 있는 의무대’가 실질적인 의무 지원을 제공하는 거점이 됩니다.

 

그러나 군의관으로 군생활을 한 의사들은 현실적으로 대대급이나 연대급 의무대가 동네 의원의 기능을, 사단급 의무대에서 병원급 진료를 맡고, 군 병원 및 수도병원이 군내에서 3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입니다. 국군 의무사 기준의 '동네 의원'이 현실에서는 '병원"이 되는 셈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단 작전 면적이 대단히 넓다는 것입니다. 1개 사단의 작전 면적은 평균 900㎢에 달합니다. 서울의 면적이 605㎢이므로 국군의무사령부의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1.4배 면적에 병원 하나가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육군의 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지금의 4배 면적에 병원 하나가 존재하게 됩니다. 아무리 봐도 훈련을 포함해 각종 응급상황을 예상할 수 있는 곳에 군의관을 배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K-9 자주포 부대원이었던 이찬호 병장의 인터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자주포를 운용하고 포병부대 편제상 대대마다 배치된 의무대 지원이 가능했음에도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결국 “결국 할 수 있는 게 앰뷸런스와 헬기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는데, 육군의 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군 의료의 밀도가 더욱 낮아져 응급조치조차도 기대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찬호 병장처럼 전신 화상과 같은 중증 외상의 경우, 사고 현장에 화상 전문의가 배치된다 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전문적인 조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①기도 및 호흡 확보, ②신체 변형 및 기능마비 확인, ③완전 탈의 및 저체온증 예방과 같은 지침(ATLS)에 따른 조치가 신속하게 진행되면 중상을 입은 장병들을 구할 확률이 현저히 높아집니다. 따라서 관련 교육을 받은 의료 인력이 작전과 훈련시 필수적으로 동행해야만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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