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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_X파일(9)] 1차 세계대전의 총성

칼럼니스트 박광작 승인 2019.02.09 09:00 의견 0

1차 세계대전을 알리는 총성은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울렸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세르비아의 한 민족주의자로 부터 저격을 받고 사망했던 것이다. 얼마 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했다. 1914년 차르 정부는 세르비아를 돕기 위해 전쟁에 개입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했다.

황후와 라스푸틴은 평화주의자였다. 물론 두 사람들의 동기는 다른 것이었을지 몰라도 전쟁 반대 목표는 같았다. 라스푸틴은 종교적, 도덕적 관점에서 1차 세계대전 참전을 반대했다. 그리고 그는 순례자로서 세상을 몸소 체험한 게 있었기 때문에 유럽 정세와 러시아의 전쟁 수행 역량을 알고 있었다.

차르가 라스푸틴에게 자문을 구하자 라스푸틴은 단호히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을 간곡히 충언했다. 라스푸틴의 전쟁 반대 논리는 농민의 아들로서 아주 간단명료했다.

“독일 사람들은 힘이 있고, 체력도 단단합니다. 발칸의 슬라브 형제들은 돼지같이 천한 인간들입니다. 그들을 위해 러시아 사람들은 한 명도 죽을 가치가 없습니다.”

러시아 제국의 미래에 결정적인 엄중한 역사적 사태를 만나 라스푸틴과 알렉산드라 황후는 독일제국과의 전쟁은 승산이 없으며 니콜라이 2세 황제는 중립을 지킬 것을 간절히 바랬다.

“모든 신민이 (애국주의적 환호 속에) 황제에게 전쟁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신의 형벌은 무서울 것입니다. 만사가 거대한 살육으로 끝날 것입니다.”

니콜라이 2세는 처음 라스푸틴의 충언대로 전군 동원령을 전 부대에 하달하는 것을 중지시켰다. 그러나 2시간 30분 후 유약한 니콜라이 2세는 이 결정을 번복했다.

차르의 당숙(堂叔) 니콜라이 니콜라예비치(Nikolai Bikolajewitsch)가 전군 동원령을 하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선대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손자로서 당시 황실 근위대 대장이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사령관 겸 제6군 사령관으로 황실과 군부 내의 막강한 실세이었다.

그는 만약 라스푸틴이 전선 가까이 오면 교수형에 처하겠다는 말을 할 만큼 라스푸틴을 극도로 혐오했다. 라스푸틴은 황실 혈족 중 가장 무서운 장군을 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황제는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겠지만 막강한 무력을 쥐고 있는 군 사령관의 의견을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숙 니콜라이 장군은 반 독일제국의 중심인물이며 프랑스와 동맹을 체결하여 독일과 전쟁을 치러 이긴 후 발칸반도의 지배권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으로 부터 러시아로 가져와야 한다는 원대한 범 러시아 제국의 꿈을 꾸고 있는 주전론자(主戰論者)였다.

*글쓴이: 박광작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비교체제론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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