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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민_이야기(9)] 가칭, 봉달의 이민 이야기

칼럼니스트 봉달 승인 2019.02.09 10:00 의견 0

당시 친구는 나름 앞날에 대한 계획이 있어 미국 공인회계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었다. 한국에서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정치학을 전공한 문레기인데다 똥폼 잡느라고 고시도 사시로 준비했었기 때문에 학점 중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과목이라곤 전무했던 처지였다. 하여 동네 커뮤니티칼리지에 등록해 회계사가 되기 위해 수강해야 하는 클래스를 매주 2-3일씩 저녁마다 가서 들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페친 중에서도 문사철 전공하는 대학생이 있으면 일찌감치 때려치는 게 좋다. 코난 오브라이언이 일갈했던가, 인문계 졸업자들은 직장을 잡고 싶으면 고대 그리스로 가라고. 인문학은 사는 데 별 도움도 안 되고 특히 지금 한국 대학들은 조선시대 향교 서원이나 다름 없는 데서 되도 않는 것들이 훈장질이나 하는 곳이다. 정 그런 학문이 좋으면 취미 삼아 틈틈이 하거나 아니면 예술가 헝그리 정신으로 평생 남의 인정 못받은 채 거지꼴로 살 각오를 하고 전공해야 한다.

얘기가 딴 데로 샜는데 이따가 다시 짚을 테지만 미국이 좋은 게 하고자 하면 길이 있고 형편이 안 좋으면 대안이 있으며 그런 걸로 나중에 불이익을 받거나 가오가 죽거나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도 평생 심부름이나 하며 박봉에 시달리는 회계조무사로 인생을 마치고 싶진 않으니 스스로 길을 알아봤고 저렴한 가격에 필수 과목을 듣고 있었다.

근데 망할 룸메이트가 렌트비를 안내니 커뮤니티칼리지가 아무리 싸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 이 인간은 지도 눈치가 보이고 그러는지 친구가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간 밤에만 잠깐 들어왔다가 다시 도박을 하러 나갔다. 가끔 집에 있는 날에도 친구는 일과 학업에 지쳐 들어오자마자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아침에 정신 좀 차리고 렌트비 얘기를 꺼낼라치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런 날이 계속되던 중 내가 엘에이 찍고 시카고 들르겠다고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오늘은 두번째 이야기. 원래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의외로 할 말이 많아 아예 제목을 붙이기로 했다. 가칭 [봉달의 이민 이야기].

지난 번 마지막 부분인 나의 미국 도착 시점부터 시작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배경을 설명해야 할 것 같아 이번엔 약간 사적인 얘기로.

내가 대학을 졸업한 것은 2004년 2월. 96년 입학인데 군대 2년 빼고 중국 어학연수 핑계로 술과 바꿔먹은 1년을 제하면 만으로 꼬박 6년만이다. 3학기 연속으로 학사경고를 먹었는데 그때만 해도 퇴학 등 실질적인 제재 효과가 있는 게 아니어서 그냥 학교를 2년 더 다녔다. 나중에 재수강을 하느라 여름학기까지 몇 번 들었지만 최종 학점은 대략 fail.

*글쓴이: 봉달(필명)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에서 상사 근무 후 도미, 시카고에서 신문기자 생활. 물류업체 취업 후 관세사 자격증 따고 현재 캐터필러 기차사업부 Progress Rail의 통관부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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