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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독일 통일(10)] 헬무트 콜의 승부수 10개항 통일 방안

칼럼니스트 취송 승인 2019.02.14 09:00 | 최종 수정 2019.11.20 13:55 의견 0

1989년 11월 28일 다음 해 예산을 협의하는 연방의회에서 콜 총리는 예산관련 연설을 끝내고 이어서 유럽과 동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 발전에 관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독일 통일 관련 발언을 하면서 소위 10개 항 방안(Zehn-Punkte-Programms)을 제안하였다.

유럽과 우리 조국 분단 극복의 기회가 열렸다. 지금 자유의 정신으로 결합한 독일인들은 결코 위협이 될 수 없다. 이보다는 유럽의 결속 심화의 성과라고 나는 확신한다… 유럽의 최종적이고 안정적인 체제는 현재 유럽 긴장의 핵심인 독일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체제는 동-서 유럽간의 부자연스러운 차단을 제거해야 한다. 독일분단이 가장 분명하고도 가혹하게 이를 보여주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서독과 국제사회는 동유럽과 동독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민주화 운동을 공산 진영 내의 개혁운동으로 보면서 특히 유럽의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동독 지역에서도 “우리가 인민이다!”라는 구호에서 볼 수 있듯이 동독 내의 혁명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었지, 아직 통일 요구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독일 통일로 가는 기폭제가 된 콜의 10개항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조치

(2) 종합적 경제 지원

(3) 양국 간의 협력 강화

(4) 조약공동체(Vertragsgemeinschaft)

(5) 연합구조(Konfoderativer Strukturen)의 창설: 합법적이고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당성을 가진 동독 정부를 전제로 한 국가연합

(6) 독일 통일 과정의 전체 유럽 발전으로 통합

(7) 개혁 지향적 동유럽 진영의 유럽공동체(EC) 가입

(8) 유럽안보협력회의 과정의 이행

(9) 군축과 무기통제

(10) 독일 통일: 이 정책은 유럽의 평화 상태에 영향을 줄 것이다. 독일 민족은 자유로운 자기결정으로 통일을 회복할 수 있다. 독일의 국가 통합의 회복은 연방정부의 목표다.

11월 21일 콜 총리의 외교정책 보좌관 호르스트 텔칙(Horst Teltschik)이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독일 담당 위원인 니콜라이 포르투갈로프(Nikolai Portugalov)와 면담 후 소련 지도부의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그 내용을 28일 연방의회에서 발표하기로 하고 콜 총리와 텔칙이 비밀리에 작성하고 총리 부인이 타이핑한 것으로, 기민련이나 자민당의 겐셔 외무장관을 비롯하여 정부 내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의회에서 콜 총리가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내용에서 동부 국경 즉, 폴란드와의 국경 문제나 나토 문제 등 예민한 문제는 피했고, 통일 문제도 재통일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였다. 통일 방안은 조약공동체→ 국가연합→ 독일 국민들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의한 통일이라는 단계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콜의 10개항 방안은 외세를 배격한 동·서독 간의 합의에 의한 통일이거나 서독에 의한 동독 흡수통일 등 과격한 내용은 없다. 하지만 동독 민주화 운동의 열기와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서독 최초로 통일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소련과 미국을 비롯하여 독일에 직접 이해관계를 가지는 전승 4강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독일 통일에 직접적 관심을 가지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로 이어졌다는 데 그 역사적 의미가 있다.

*글쓴이: 취송(翠松) / 재야학자. 독일사회와 정치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다.

*본 연재는 인터넷신문 <제3의길>에 기고된 "독일 통일의 경험"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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