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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_이야기(6)] 왕만이 가질 수 있었던 그림,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2.15 10:00 의견 0

▲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 박태숙 작가

국내 역사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어좌에 앉아 있는 조선 왕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왕이 등장하는 장면에 항상 함께하는 소품이 있는데요. 바로 일월오봉도라는 그림입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최고 통치권자의 공식적인 자리는 화려하고 위엄 있게 꾸며졌습니다. 그 자리를 채우는 장식품 중 오봉도는 왕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그림으로 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합니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왕권을 상징함과 동시에 무궁한 번영에 대한 염원을 담았습니다.

왕권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의 구도는 단순합니다. 해와 달 그리고 다섯 봉오리의 산과 그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 네그루의 적색소나무와 바다의 물결들이 완벽한 좌우 대칭 구도를 이룹니다.

오봉도는 여러 가지 함축적인 뜻을 가져 한 가지 사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운데요. 한국 고유의 사상 중 음양오행 세계관이 녹아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 박태숙 작가

오봉도의 해와 달은 하늘을 뜻하며, 음양사상과 영원불멸 또는 왕과 왕비를 상징합니다. 다섯 봉오리는 땅을 뜻하며, 오행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상징합니다. 우리나라 산 중 동악의 금강산, 남악의 지리산, 서악의 묘향산, 북악의 백두산, 중앙의 삼각산을 형상화했습니다. 오악도 또는 곤륜도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에 있는 동악의 태산, 서악의 화산, 남악의 형산, 북악의 항상, 중악의 숭산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적송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이며, 바다는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양식인 오봉도가 언제부터 어좌용으로 사용되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조선시대에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일월오봉도는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해와 달은 그리지 않고 금속으로 따로 설치했으며, 주로 오봉도 또는 오악도라고 쓰였습니다. 해와 달보다는 산의 형상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정혜 외 / 조선궁궐의 그림, 돌베개 p.21참조)

▲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 박태숙 작가

오봉도는 경복궁에서 주로 임금이 앉는 근정전 어좌 뒤에 장식된 것을 비롯하여 임금이 머무는 공간에는 어김없이 장식되었습니다. 궁궐 밖 왕이 임시로 머무는 행궁에도 오봉도가 따라갔고요. 왕의 장례식 때도 시신과 함께 이동하였으며, 왕의 초상화 뒤에도 배경으로 설치하여 왕의 존재를 알리고 주변을 장엄하게 하였습니다.

이처럼 조선시대 오봉도는 왕의 공식적인 자리라면 어디에나 설치되었습니다. 오봉도는 오로지 왕만이 가질 수 있는 그림이었기에 오봉도가 있는 곳은 곧 최고 권위자의 자리임이 각인되었습니다.

이런 강렬한 오봉병풍을 배경으로 최고의 권위와 위엄을 부여받은 임금이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장엄함에 저절로 엎드려 절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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