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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습’ 수도 대구가 되자!(1)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19)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2.18 14:30 의견 0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 동안 높은 빌딩에 예비 후보자들의 얼굴과 성명, 그리고 핵심 공약을 크게 적은 현수막이 흉물스럽게 붙어 있었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에도 정말 거대한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는데, “명품 교육도시”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 있었다.

예비후보자가 생각하는 “명품 교육도시”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구청장 수준에서 교육제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명품”이라는 용어가 꽤 지난 시절, 유행어처럼 사용됐던 것을 생각하면, 예비후보자의 시각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 마디로 공약(空約)이다.

‘대한민국 교육 수도 대구’는 그 명칭을 ‘대한민국 학습 수도 대구’로 바꿔야 한다. ‘SKY’를 가도 취업하기 힘든 세상에서 현재 교육 시스템은 그 역할의 종착점에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전 세계 교육 수준이 향상되고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주로 육체노동을 하는 블루칼라로 보 다는 소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아웃소싱 되었다.

이전에는 이미 주어진 그릇 안의 물에 개인이 용해되면 됐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용해가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 창조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코딩하면 떠오르는 스티브 잡스는 리드 대학(필자는 들어 보지도 못한 대학이다) 철학과를 다니다가 중퇴했다. 대신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있었고, 재능을 보여주었다. 천재로 인정받고 있지만, 대졸자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 수학과를 역시 중퇴했다. 역시, 고졸자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덕분에 컴퓨터와 가깝게 지낼 수 있었던 부분은 있었지만, 스스로 컴퓨터와 관련한 학습을 진행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크버그는 하버드대 심리학을 중퇴했다.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역시 컴퓨터 관련한 분야를 학습했다. 구글의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대학은 졸업했지만, 박사과정을 마치지 못했다. 이들은 컴퓨터 관련 전공자들이지만, 인재를 선발할 때 인문학 소양이 있는 인재를 선발하며, 다방면에 능력이 있는 사람을 중요시 여긴다. 테슬라, 스페이스 엑스, 기가 팩토리 등을 대표하는 일론 머스크도 가방끈이 긴 사람은 아니다. 전공은 경제학이지만, 물리학과 컴퓨터 지식이 상당하다고 한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은 우리 부모님들이 부러워하는 사람들이고, 자녀들이 이들처럼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대학교를 포함한 기존의 교육으로 탄생한 인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 교육 시스템은 하나의 전공을 정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한다. 물론, 한 분야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그랬다. ‘한 우물만 파라!’라는 우리말이 이 부분을 대언한다. 그리고 오히려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담은 ‘열 가지 재주 있는 놈이 저녁거리가 간 데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물론,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 가지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담은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도 있다(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아웃라이어’에서 말하는 한 우물 파기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이다. 그리고 전문가가 될 수준으로 노력하라는 것이지, 다양한 것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다양한 일을 하는 ‘멀티포텐셜라이트(multipotentialite; 다 능인)’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학습은 교육의 수동적인 형태를 벗어나서 능동적으로 스스로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는 것은 싫어할지 몰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학원에 갈 때는 즐겁게 간다. 물론, 웃으면서 다니는 수준을 넘어서면 슬럼프도 있고, 어려워서 쩔쩔매는 경우도 있지만, 동기부여만 확실히 되면 그런 역경을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규 교육 과정을 온전히 마치고, 일류 대학교를 다니면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아니다. 대부분 IT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데, 관련한 전공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즉, 교육이 아닌 ‘학습’으로 그들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계발했다고 할 수 있다.(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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