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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습’ 수도 대구가 되자!(2)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20)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2.19 15:50 의견 0

‘대한민국 교육 수도’의 기준이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것이라면, 대구는 교육 수도가 될 수 없다. 아래 표를 보면, 일반고 기준으로 서울대 합격자 수가 대구는 전국 4위인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서울대 합격 비율이 6.6%에서 4.4%로 떨어졌다. 즉, 서울대 합격 기준으로 볼 때 대구는 교육 수도가 아니다. 교육 수도를 희망하는 도시일 수는 있다. 그리고 지역 대학 순위도 2017년 기준으로 경북대학교가 경북대구지역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지만, 전국 순위는 20위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경북대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렇다면 과거 보다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더 많이 서울로 보낸다는 것인데, 이런 대구가 좋은 교육 도시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모든 자원이 몰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방분권이 이슈가 되고 권력 이양을 말하고 있다. 지방분권이 이루어진다면, 지역교육 수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대학교의 경쟁력이 높아야 할 텐데,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요원한 일이다(사교육 시장으로는 전국 3위권 안에 든 다고 하는데, 사교육도 강남 대치동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이 부분은 다행이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도

“이전에는 고등학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학생들이 집에서 가까운 주립대학교에 다니는 것이 보편적이었지 만, 이제는 몇몇 소수 정예 사립대에 입학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고 한다(그리고 같은 책에서는 승자독식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비효율적인 비용 문제도 언급한다).

이제는 교육의 시대가 아니라, 학습의 시대다. 지역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중점이 되는 분야에 학습 역량을 키워야 한다. 교육(education)과 학습(learning)은 다르다.

영어 단어의 모양새만 봐도 학습은 ~ing형이다.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교육은 고착된 시스템이어서 변화가 힘들지만, 학습은 상대적으로 순발력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서 정규 교육 시스템을 변화 시킨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코딩 하나만 추가해도 사교육 열풍이 부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새로운 과목을 정규과정에 포함 시킨다면, 사교육 시장만 더 커질 뿐이다.

결론은 시민들과 청소년들의 자기주도 학습을 지원해 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에서 말하는 것처럼 미래 1인 기업인들을 키우기 위한 메이커 센터 혹은 메이커 플레이스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이 부분은 제언 파트에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분야별로 일정 수준의 시민들이 모여서 요청하면 원하는 분야의 학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시민주도적인 학습 역량이 커질 때, 비로소 지방분권 시대의 자치에 있어서,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한 참여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1997년부터 ‘생각하는 학교(Thinking School)와 배우는 국민(Learning Nation)’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학업 성적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력, 창의 력 초점을 맞춘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1999년부터 초중교의 수업 시간을 10-30% 줄이고, 미술, 음악 체육 등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하고 있다. 즉,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 램을 20년 전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2015년에 실시된 4차 산업혁명 지수에서 스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필자가 참 의미 있게 읽었던 ‘최고의 교육’에서는 6C(협력 Collaboration, 의사소통 Communication, 콘텐츠 Content,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창의적 혁신 Creative Innovation, 자신감 Confidence)를 강조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창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 패턴을 인식하고 의미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예술가, 발명가, 디자이너, 스토리텔러 등이 사회에서 큰 부를 보상받고 큰 기쁨을 누릴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들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 :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 협상, 팀워크, 리더십 등의 성격 기반적인 능력)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회적인 역량을 갖추고 남들과 협력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더 좋은 교육수준, 더 좋은 직업을 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전환시켜서 협력적이면서, 사회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습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발전을 위해 시민들(혹은 주민들)의 학습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구축된, ‘대한민국 학습 수도 대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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