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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국제적 문화가 넘치는 대구?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21)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2.20 14:25 의견 0

자칭, 국제적 문화가 넘치는 대구

글로벌(Global)이라는 말의 연원은 그리 길지 않다. 마셜 맥루한이 ‘지구촌’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고 나서 30년 정도가 됐다. 세계화라는 말도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니, ‘지구촌’이라는 말과 사용시기가 비슷하다.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인터내셔널, 세계화라는 단어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이 단어들이 핵심이어서 대부분의 행사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최근에는 용인에 ‘국제어린이도서관’이 개관했다. 다양한 언어로 된 도서들이 구비될 예정이기 때문에 ‘국제’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면, 모든 대학 도서관도 ‘국제’라는 말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필자가 진행해 본 행사에서도 산자부(산업통상자원부) 담당자가 참여하는 외국인 수를 따지는 수준이었으니, ‘국제’가 갖는 말의 핵심은 외국인의 참여 수라는 느낌을 받았다.

문화예술 委 "2015 문화연감" 참조

대구도 수많은 축제가 있는데, ‘국제’라는 말을 앞세운 축제가 많이 있다.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국제 오페라 페스티벌’, ‘국제 게임 페스티벌’, ‘국제 무용 페스티벌’, ‘국제 째즈 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들이 연중 쉬지 않고 벌어진다(국제라는 말이 빠진 페스티벌도 많은데, 치맥 페스티벌, 동성로 축제, 컬러풀 축제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많다).

그런데, 실제로 참여하는 외국인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동안 언론에서, 축제 참여 인원을 부풀린 사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봐서는 각 기관에서 제시한 통계는 신빙성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실제로 보도 내용을 보면, 수익 부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축제가 별로 없다고 하니, 축제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필자가 진행한 행사에서도 위원장이 참관객 수를 마음대로 조정했는데, 그 수는 여과 없이 지역 신문에 그대로 보도됐다(이런 일들은 지방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대학시절부터 수많은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해봐서 잘 알고 있다). 국제 행사, 특히 국제회의라고 할 때는 법 률로 정해놓은 기준이 있고, 한국관광공사에서 정해 놓은 기준도 있다. 기준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기준을 맞추기 위해 외국인을 동원하기도 한다. 기준 때문에 목표와 목적이 희석되는 현상이 벌이지기도 한다(외국인 동원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이 동원된다)

2017년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제회의 유치 건수가 세계 1위였다. 그러나 행사의 규모가 아닌 지속성을 기준으로 한 평가에서는 10위권 밖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997건의 회의 중 서울이 526건이며, 부산이 152건, 제주가 116건, 인천이 53건을 차지했다. 상위 네 도시가 약 85%를 유치했다. 대구도 열심히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겠지만, 그 성과는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만드는 축제는 계속 늘어나서 풍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쟁을 통해 유치하는 국제행사는 별로 없는 것이 대구 문화 경쟁력의 현실이다.

혹자는 최근에 대구가 유네스코로부터 음악 도시로 선정된 것을 들어서 국제 문화에 있어서 경쟁력이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음악 도시가 된다는 것 의미 있지만, 경쟁력이라는 차원은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페라를 가지고 유럽과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고, 다른 문화적 자원을 서울과 비교해도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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