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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_이야기(7)] 용문을 오르는 잉어처럼 출세하고픈 이들에게 - 어해도(魚蟹圖)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2.22 11:22 의견 0

▲ 어해도(魚蟹圖) ⓒ 박태숙 작가


어해도는 물고기 어(魚)와 게 해(蟹) 자를 씁니다. 말 그대로 물고기와 게를 소재로 하는 그림이지요. 뿐만 아니라 조개류와 새우, 메기 등 여러 생물들이 바다 어종과 민물 어종에 관계없이 한 화면에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에 사는 생물뿐만 아니라 꽃이나 새와 함께 그려진 그림도 많습니다. 등장하는 생물에 따라 그 의미도 다른데요.

쏘가리는 한자로 궐()이고 이것은 대궐을 의미하는 궐(闕)과 같은 음입니다. 두 마리를 그리면 대궐이 둘이라는 뜻이고, 이는 두 임금을 의미하므로 모반죄가 됩니다. 반면 게는 등의 딱딱한 등껍질인 갑(甲)이 첫째 즉 장원급제라는 의미이고, 게가 두 마리면 장원급제를 두 번 한다는 의미입니다.
(박은순 /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그림, 한국문화재보호재단, 2008. 03. 10. 어해도 [魚蟹圖] 참조)

그리고 암수 한 쌍을 그리거나 새끼를 거느린 모습으로 그린 것이 많은데 한 쌍의 물고기는 부부 금슬을 나타내며 또한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기 때문에 다산의 뜻도 있습니다.

▲ 어해도(魚蟹圖) ⓒ 박태숙 작가


특히 어해도에는 잉어 그림이 많은데, 민화에서 잉어는 등용문(登龍門)이라는 입신출세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후한서(後漢書)> ‘이응전(李膺傳)’을 보면 ‘중구 황하(黃河) 상류에 용문(龍門)이라는 계곡이 있는데, 그 근처에 흐름이 매우 빠른 폭포가 있어 그 밑으로 큰 고기들이 수없이 모여들었으나 오르지 못하였으며, 만일 오르기만 하면 용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두산백과, 등용문 [登龍門])

이처럼 등용문은 잉어가 용문(龍門)이란 험한 계곡에 오른다는 뜻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원하던 출세의 길로 가는 것을 말합니다.

등용문의 뜻을 담은 대표적인 그림으로는 약리도와 어변성룡도가 있습니다. 약리도(躍鯉圖)는 뛰는 잉어라는 뜻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해와 출렁이는 파도 사이에 한 마리 잉어가 용문을 향해 힘차게 공중으로 뛰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아침 해 역시 과거에 합격해 조정에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뜻하는데요. 아침 ‘조(朝)’와 정부를 뜻하는 ‘조정(朝廷)’의 ‘조’와 글자와 발음이 같아서입니다.

▲ 약리도(躍鯉圖) ⓒ 박태숙 작가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는 평범한 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는 뜻으로, 잉어가 용문 폭포를 뛰어올라 용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그래서 용으로 변하고 있는 잉어와 여의주가 함께 등장하기도 합니다.

▲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 ⓒ박태숙 작가

연꽃과 잉어를 함께 그린 연리도(蓮鯉圖)도 마찬가지인데요. 연꽃은 과거시험의 소과와 대과에 연달아 급제하라는 의미이며 뛰고 있는 잉어와 결합한 모습은 어려운 시험에 연달아 합격해 출세하기를 기원한다는 뜻입니다.

잉어 그림은 선비가 학업에 정진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출세의 유일한 길인 과거시험 합격을 기원하며 시험을 앞둔 이에게 주는 격려의 선물로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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