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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_이야기(9)] 현대적 멋이 더해진 책 그림 - 책가도(冊架圖)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3.08 14:20 의견 0

▲ 책가도(冊架圖) ⓒ 박태숙 작가

책가도는 선비들의 학문을 상징하는 책과 여러 가지 장식물로 꾸민 정물화 풍경입니다.

민화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궁중에서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18세기 후반 정조 때 궁중회화로 시작해 어좌 뒤를 장식하기도 했고, 왕세자가 거처하는 동궁에 설치되어 학구적이고 교육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혜외 3인 / 조선궁궐의 그림, 돌베개 p133참조)

19세기부터는 민간으로 확산되어 병풍의 크기가 작아지고 책장이 없는 형식이 더 많아졌습니다.

선비들의 학문숭상의 뜻을 담아 쌓여있는 서책들이 주요 소재로 쓰였습니다. 초기에는 서가를 서책으로만 장식하다가 점차 서책의 비중이 줄어들고 상류층들이 향유하는 문방사우(文房四友)라 불리는 종이, 붓, 벼루, 먹이나 서양에서 들어온 신식문물들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 책가도(冊架圖) ⓒ 박태숙 작가

이후 꽃신, 족두리, 과일, 채소, 어항 등 일상적인 소재도 등장합니다. 염원, 출세, 장수, 행복 등 사용자가 원하는 상징적인 기물을 조화롭게 배치해 기복성과 장식성을 나타낸 것이죠. 이런 소재의 변화는 시대와 수요자의 성향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소재를 쓰기 때문에 명칭도 다양했는데요.
책거리 또는 문방도(文房圖)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책거리의 거리는 ‘구경한다’는 뜻으로 책거리란 말은 ‘책구경거리’라는 뜻입니다. 문방도라 불린 건 책을 중심으로 문방사우와 관련된 물건들이 함께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김용권/ 관화/민화 백한가지 뜻풀이, 예서원 p182참조 )
책장이 있는 것을 책가도, 책장이 없는 것을 책거리로 구별하기도 합니다.

▲ 19세기에 그려진 책가도(冊架圖) ⓒ 위키백과

책가도에는 기존 민화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원근법과 입체적 기법을 써서 현대적 감각을 살렸습니다. 또한 화면에 꽉 차게 대상물을 배치했으며 비례를 치밀하게 맞추고 안정된 구도를 써서 그림의 격을 한층 더 높였습니다. 그것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서가의 칸 안에 기물을 놓아 좌우대칭의 균형을 이루는 초기 책가도의 특징입니다. 이후 점차 정물화처럼 서가가 없어지고 기물들이 자유로이 나열된 배치 구도를 취했습니다.

이런 독특한 특징 때문에 책가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서양화 기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많은 경험과 세심한 기법이 요구되는 하나의 전문 분야인 것이죠.

기존 민화와 다른 형태와 구도, 독특하면서 현대적인 면모까지 갖춘 책가도는 고차원적인 예술성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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