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공연더하기] 사랑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끼다 ? 연극 ‘자기 앞의 생’

김혜령 기자 승인 2019.03.11 14:25 의견 0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것을 오롯이 느끼게 한다. 아래와 위로 느껴지는 기대와 시선 사이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외로움의 촉진제다. 부대끼고 싸우기도 하며 애정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을 느껴본지 오래됐다. 그러던 찰나에, 생각지 못한 메시지 하나가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연극 ‘자기 앞의 생’을 간단히 정리하면 로자와 모모의 사랑이야기다. 로자는 매춘부로 젊은 시절을 살아온 여성이자 세계 2차대전을 겪어낸 유태인이다. 이후 나이를 먹어가면서 매춘부의 자식을 키워주는 보모로 살아간다. 그렇지만 매춘부의 자식을 모두 제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그 사랑은 인종과 종교적 차별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또 다른 주인공인 모모를 훌륭한 이슬람교도로 키워내기 때문이다.

로자는 오랜 세월 모모를 길러오며 애정이 깊어져 자기 자식처럼 모모를 소중히 여긴다. 일종의 분리불안이었던지, 모모를 잃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그녀는 모모가 사랑받지 않는 곳으로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자신이 뇌 질환을 앓고 있을 때에도 모모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모모의 친모를 죽인 아버지가 찾아왔을 때에도 모모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며 친부에게 보내지 않는다. 생명이 다해가는 순간이 다가옴을 직감할 때 마다 모모에게 더욱 애정을 쏟아붓는다.

모모 역시 로자를 친구처럼, 어머니처럼, 누나처럼 아끼며 진심으로 따른다. 로자가 죽는 순간까지 함께하며 온힘을 다해 저물어가는 한 생명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어린나이에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로자에게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를 온몸으로 직시하면서 한 사람이 온전하게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보살펴 준다.

사랑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남녀 간의 사랑 부모자식간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 아니면 자기 자신이 아끼는 강아지에 대한 애정 아니다. 단순히 개인의 관계를 넘어 내 주변의 모든 것과 교감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로자와 모모 두 사람의 사랑은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사람과 사람이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자신의 생명이 이제 꽃피는 한 청년과 생이 저물어가는 한 여인의 사랑은 가슴속에 잔잔하지만 거대한 파동을 일으킨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수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미를 확인하고 삶의 활력을 부여받는다. 삶의 무료함이나 압박감에서 벗어나 내가 사랑받고 있고 또,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 사랑하고 있구나, 사랑받고 있구나. 나는 사랑없이 살 수 없구나.

새롭게 시도하는 [공연더하기]는 지난 리뷰 기사인 <너의 앞의 생 - 연극 '자기 앞의 생'>에 이어지는 또 한 번의 리뷰입니다. <시사N라이프>는 좋은 작품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연극 팬 여러분과 독자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