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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 싱가포르와 대구(4)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35)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3.14 15:45 의견 0

다시, 싱가포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싱가포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싱가포르 국립대학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단순히 생각하면, 대한민국 인구 1/9밖에 되지 않는 국가에 있는 대학이니 그 수준이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종종 만나는 교수님과 자녀 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를 했는데, 싱가포르 대학교 수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계셨다. 물론, 그 교수님은 미국에서 유학했고, 자녀도 미국 교육 혜택의 옷을 입히고 싶어 하셨다.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난양공과 대학은 아시아권에서 1,2위를 다 투고 있으며, 세계에서도 수위권에 속한 명문대학이다. 싱가포르 대학교수는 국적을 불문하고 실력을 기준으로 채용한다. 아울러, 싱가포르 정부 인재 찾기는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대학 순위로만 본다면 서울대학교보다 훨씬 좋은 대학교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고, 경쟁력 있는 대학교는 경북대학교인데, 국내 대학교 순위는 19위이며, 이어서 영남대학 교가 그 아래 있다(대학 순위는 조사 기관에 따라 조금씩 순위가 다르다).

이렇게 비교하면, 모든 자원이 집중해 있는 서울 탓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주장이 전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대구보다 면적은 작지만, 서울 인구는 대구의 4배에 육박하고, 전국 대학 순위 상위에 있는 학교들도 대부분 서울에 있다.그러다 보니, 인재도, 경제도, 정치도 수도권 중심이어서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 논의하고 있는 지방분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방분권에 찬성하는 측은 공평성, 효율성, 자율성 등을 이유로 지방분권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작정 지방분권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대구 수준이 서울처럼 될 수 있을까 경북대학교 수준이 서울대학교 수준, 아니면 SKY 수준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대답은 ‘어림없다!’이다. 지금처럼 ‘분지(盆地)’적 폐쇄성을 보유하고 합리적 보수가 아니라 수구적 사고를 고수한다면, 지방분권 시대에 대구는 더 늙고, 퇴보하는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대학교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필자의 조카 한 명이 대구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전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서 자기소개 시간이 됐다. 앞에서 충남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이 소개하자, 대부분 학생이 ‘우와!’하면서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그 상황을 지켜본 조카는, 충남외국어고등학교보다는 대전외국어고등학교 레벨이 낫다는 인식을 고려할 때, 대구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인 자신을 소개하면서, 더 열렬한 환호를 기대했다고 한다.

조 카 : (열렬한 환호를 예상하고) 저는 대구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번에 입학하게 된 000입니다.

(환호는 없고, 잠시 침묵)

여기저기서 : 대구외국어고등학교 거기는 어디야

조 카 : .... (머리를 갸웃 거리며, 인사를 마침)

대부분 사람은 충남대학교가 부산대학교보다 상위권 대학교로, 전북대학교를 전남대학교보다 상위권 대학교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반대다. 지방국립대학교에서 부산대가 최상위권 대학교이며, 전남대학교가 전북대학교보다 상위 대학교다(대학교 순위를 근거로 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조카가 경험한 이야기는 서울을 중심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도시에 있는 대학교를 더 상위권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에서 비롯했다. 실제로 경북대학교가 충남대학교보다 상위에 있고, 인구 규모로 볼 때 대구가 대전에 비해 2배 수준이니, 조카가 졸업한 대구외국어고등학교가 충남외국어고등학교보다 레벨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이(서울에 가까울수록 레벨이 높다는 인식) 청소년들한테 이미 있다고 할 때 대구가 서울을 추월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현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까 아니다!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싱가포르를 롤모델로 선정하고, 과감하게 개혁한다면,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혁신을 위해서 가장 요청되는 덕목은 ‘다양성 존중’과 ‘열린 마음’이다.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도시는 네트워크화가 잘 이루어진 다문화적 대도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 시장 슈스터는 “이번 세기에 성공적인 도시란 개방되고, 국제적이며, 진정으로 관용과 문화 간 대화를 진작시키는 도시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물론, 문화와 인식은 단기간 내에 변화할 수 없다. 그래서 교육기관이 중요하고 사회적 시스템이 중요하다. 동시에 실용주의 정신도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능력주의와 업적주의를 토대로 성별과 출신을 불문하여 인재를 선발해서 육성하고 있다(철저한 실용주의는 ‘보 모 국가’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 원칙을 고수했다).일부 지역 토호세력이 지역 자원을 좌지우지하는 우리나라와 대구의 현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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