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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국가론(4)] “작은 나라가 강하다!” - 블록체인 6국;

스위스, 몰타,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홍콩, 리투아니아가 보여주는 파괴적 혁신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3.22 12:11 | 최종 수정 2019.12.26 10:58 의견 0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는 블록체인 역사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금융을 다루는 중앙시스템에 너무 큰 신뢰와 권한을 줬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자본주의 위기 사이에서 탈중앙화를 외치며 디지털 화폐를 내세워 등장했습니다.

당시 현존하던 거대한 금융 기관들이 대거 붕괴했으며, 이러한 붕괴는 디지털 암호화폐의 등장과 지속에 좋은 자양분이 됐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가 이때 발간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블록체인이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고, 작지만 매운 블록체인 국가들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회에서 설명했듯 최초로 블록체인 국가를 선포한 것은 ‘몰타’입니다. 작은 섬나라인 몰타는 블록체인 국가로 나갈 수 있도록 가장 발 빠르게 법령을 정비했고, 그 덕분에 전 세계 유관 기업들이 몰타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원래 관광으로 유명한 국가인데, 이제는 블록체인으로 유명세를 더할 것 같습니다.

이밖에 세계적인 블록체인 강국으로 스위스, 몰타,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홍콩, 리투아니아 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중 4개국은 유럽에 있고, 나머지 2개국이 아시아에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①이들 국가가 블록체인 강국인 이유는 무엇일까 ②블록체인이 활성화되는 조건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부터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블록체인 강국으로 뜨고 있는 국가들 왼쪽 상단부터 스위스, 몰타, 에스토니아, 싱가폴, 홍콩, 리투아니아 ⓒ위키백과


¶ 작은 국가:

☞ 규모가 작아 변화에 유리한 민첩성

☞ 그리고 ‘파괴적 혁신’의 가능성

블록체인 국가들의 공통점 첫 번째는 국가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장 인구가 많은 스위스가 842만 명(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의 977만 명(2017년 기준)보다 작습니다. 가장 인구가 적은 나라는 몰타로 46만 명(2017년 기준)인데 서울 강남구의 56만 명(2017년 기준)보다 적습니다.

다른 4개 국가들도 많게는 수백만 명에서 적게는 수십만 명 수준으로 도시국가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중 가장 먼저 블록체인 국가를 선포한 곳이 몰타라는 점은 블록체인과 규모의 상관관계를 좀 더 의미 있게 연결해 주는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6개 강국의 인구(2017년 기준)]

① 스위스 842만 명

② 홍콩 739만 명

③ 싱가포르 571만 명

④ 리투아니아 284만 명

⑤ 에스토니아 131만 명

⑥ 몰타 46만 명

블록체인의 강국으로 손꼽히는 국가들이 작은 국가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편 규모가 작은 국가가 블록체인 강국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블록체인 시스템이 큰 국가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인지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당장 단정적인 답을 내리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거대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국가들에서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쉽게 적용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블록체인은 ‘존속적 혁신’이기보다는 ‘파괴적 혁신’이기 때문입니다.

▲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쓴 파괴적 혁신 ⓒYES24

¶ 블록체인은 “파괴적 혁신”입니다.

‘파괴적 혁신’이 발생하기 쉬운 집단은 규모가 작은 기관(예를 들어 스타트업)입니다. 거대집단은 당장의 운영시스템을 포기할 수 없으며,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려고 해도 기존 세력의 반발 등 많은 장애가 있기 때문입니다.

(※‘파괴적 혁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저술과 주장을 참고바랍니다.)

그러나 작은 집단은 새로운 길이 보였을 때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고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몰타의 경우 블록체인과 관련한 법을 제정하고 통과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미국이나 한국의 경우였다며 어땠을까요 아마도 몇 년이 걸려도 통과되지 못할 것입니다.

다음은 혁신의 정도가 다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을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기존 대기업 등이 추구하는 ‘존속적 혁신’이고, 다른 하나는 ‘파괴적 혁신’입니다.

‘존속적 혁신’은 다른 말로 합리적인 혁신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 시스템에서 정착하고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서 천천히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잘되고 있는 사업이나 잘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을 조금씩 개선해 발전시킨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이미 시행중인 지방자치를 강화한 ‘지방분권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공약이었고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굉장히 높았음에도 강행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예만 보더라도 집단의 규모가 크면 ‘존속적 혁신’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파괴적 혁신’입니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의 시스템을 외면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의 운영시스템이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을 기존의 거대한 공룡 기업들이 따라 할 수 있었을까요

예를 들어 힐튼과 하얏트 같은 거대한 호텔 체인이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능할까요 거의 불가능합니다. 혹, 에어비앤비와 같은 시스템의 성공을 예측했다고 하더라도(물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 기존의 시스템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 “파괴적 혁신”의 3요소;탈중앙, 투명성, 민주주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파괴적 혁신’에 해당합니다. 거대한 중앙집단이 관리하던 금융시스템 실패에 대한 대안이었고, 핵심 가치로 ①탈중앙, ②투명성, ③민주주의 등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 단어 자체가 기존 시스템과 비교하면 파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① 탈중앙은 기존 정치·경제를 운영하는 중앙집중적 시스템을 거부합니다. 그래서 기존 체제는 블록체인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받아들이더라도 흉내내는 수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② 다음은 투명성 부분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세상에는 쓸데없는 정보가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는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어 있습니다.(이미 오래 전에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 계급론>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모든 과정을 공개한다는 가치를 표방합니다. 블록체인 이전에도 전자정부 실현이라는 허언(虛言)이 있었지만 실제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블록체인은 ‘파괴적 혁신’임에 분명합니다. 낱낱이 공개해서 민낯을 보여준다는 것이니 기존의 시스템에 안주했던 특권층은 상당히 당혹스러울 만합니다.

③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입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200년도 넘은 21세기임에도 형식적인 민주주의조차 갖추지 못한 국가가 참 많습니다. 2017년 167개국을 대상으로 발표된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형식적으로나마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0여 국가에 불과했습니다. 측정 대상국 167개국 중 140개국은 기본적인 민주주의 체제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민주주의 특성 역시 ‘파괴적 혁신’의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3가지를 근거로 볼 때 블록체인은 분명 ‘파괴적 혁신’의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괴적 혁신의 특성상 큰 국가보다는 작은 국가들이 더 신속하고 민첩하게 받아들이는 데 유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규모가 작다고 해서 블록체인 강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회에서는 위 6개국의 민주주의와 투명성 정도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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