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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국가론(6)] 블록체인 6개국의 또 다른 공통점: 실용주의, 금융/IT 강국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3.26 14:03 | 최종 수정 2019.07.16 18:31 의견 0

지금까지 블록체인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6개국을 직접 민주주의 가능성, 민주적 절차 이행, 투명성(반부패) 등 정치적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 실리와 실용을 추구하는 국가 정책

앞서 언급한 블록체인 강국들은 모두 규모가 작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제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국력을 가진 국가도 없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스위스나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부유한 국가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국제 정세를 좌우하는 강대국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은 강대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기에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적인 정치·경제적 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위에서부터 차례로 스위스, 몰타, 리투아니아


① 영세 중립국 ‘스위스’

스위스는 대표적인 영세 중립국입니다. 오래 전부터(1815년 빈회의) 중립국의 지위를 인정받았고, 덕분에 1,2차 세계대전의 포화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히틀러의 침략을 막기 위해 국고에 쌓아 놓았던 금을 상납하기도 했습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떠나 그만큼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 노선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②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국가 ‘몰타’

몰타 역시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섬나라입니다. 1964년에 독립해서 독립 국가로 존속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같은 대국과 협상력에서 밀리지 않는 작지만 매운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블록체인 국가로 나아가는 법을 통과시켰다는 점도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국가임을 보여줍니다.

▲ 위에서부터 차례로 에스토니아, 싱가폴, 홍콩 ⓒ 편집부


③ 첨단기술 강국으로 부상하는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다음은 발트 3국에 포함된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입니다. 모두 구소련에 속해 있었으나 소련 해체 후 독립했습니다. 두 국가 모두 IT 강국이면서 첨단기술에 대해 국가가 실용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같은 경우는 전자정부를 실행하고 있으며, 리투아니아는 EU 28개국 중 28세의 최연소 장관인 비르기니우스 신케비시우스(Virginijus Sinkevicius)가 경제부 수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서열 중심이 아닌, 실력 위주의 인재를 선발해서 국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도 실용주의를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④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강자 ‘싱가포르’

아시아로 넘어와 싱가포르를 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중국 등 큰 나라에 둘러싸여 있지만, 항상 실리에 기반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독재국가라는 오명을 듣고 있지만, 철저한 실리주의 추구 덕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강자로 등극했습니다.

⑤ 금융강국 ‘홍콩’

마지막으로 홍콩입니다. 홍콩은 작은 정부와 높은 국제무역 자유도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의 금융국가 지위를 유지해왔습니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2018년 3월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홍콩은 세계 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블록체인에 부정적인 정책을 펼치자 중국의 블록체인 기업들이 홍콩으로 이전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6개국 모두를 살펴보면 국가 자체가 작고, 국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 흐름과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실용주의적인 정책 본능이 블록체인 향하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금융/IT 강국

어떻게 보면 당연한 특징입니다. 블록체인을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금융 분야와 IT의 발전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블록체인 자체가 중앙 금융 시스템의 맹점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것이기에 금융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블록체인 상의 모든 거래가 컴퓨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IT 분야의 발달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스위스, 홍콩 모두 세계적인 금융 국가이며,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는 전자정부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IT의 강국입니다. 싱가포르는 홍콩과 더불어 아시아의 금융의 허브이며, 새로운 혁명 시대의 강자로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몰타는 최초로 블록체인 국가임을 선포한 상징적인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관련 기술과 인프라가 발전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블록체인이 가져오는 해법 : 강대국이 아니어도, 잘 사는 국가로

지금까지 열거한 블록체인 강국들은 인구, 군사력, 경제 규모로는 절대로 강대국이 될 수 없습니다. 가장 인구가 많은 스위스도 우리나라의 서울 인구 수준이 되지 못하니까요. 군사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준도 못 됩니다.

아마 미래에도 강대국의 조건에는 인구, 군사, 경제 규모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그러나 강대국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잘 사는 국가가 되는 길은 다양합니다.

블록체인 6개국은 주변 환경에 맞는 특성을 고려해서 실용적인 자구책을 찾아서 잘 사는 길로 향하고 있고, 이제 새로운 방법으로 블록체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론, 블록체인 국가라는 것도 아직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다만 블록체인 강국들의 유사점을 분석하고 과거의 행보를 살펴봤을 때, 블록체인을 선택한 것에 대한 신뢰감이 커지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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