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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국가론(7)] 대한민국은 블록체인 강국이 될 수 있을까?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3.27 09:25 | 최종 수정 2019.07.16 18:31 의견 0

과연 대한민국은 블록체인 강국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블록으로 담을 쌓고 체인으로 철조망을 친 나라가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상황만 봐서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 작지 않은 규모

블록체인 국가의 공통점으로 가장 먼저 꼽았던 것이 ‘규모’였습니다.


블록체인 6개국 중 스위스가 가장 큰 국가인데도 서울시보다 인구가 훨씬 적습니다. 스위스의 2018년 GDP 86,835달러와 2017년 서울시민 1인소득 3천 8백만 원만 비교해도 스위스가 훨씬 잘 살고 있으며 더 민주적(직접민주주의 실현)입니다.

한국은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앙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이 몰려있습니다. 마치 ‘소용돌이’와 같은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지 30년이 되었지만, 지방은 여전히 중앙의 눈치를 보면서 재정지원을 애원하는 상황입니다.

큰 규모에서는 혁신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기존의 시스템에서 받아들여서 적용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받아들여지지도 않습니다. 혁신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대가 원하는 ‘파괴적 혁신’을 꺼리고 ‘존속적 혁신’에만 머무르게 됩니다.

‘파괴적 혁신’이 불가능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방분권’입니다. 2018년에도 지방분권 개헌 논쟁이 있었지만, 다시 잠잠해졌습니다. 권력을 지방으로 이행하려는, 즉 현재의 규모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줄이자는 것인데 실패했습니다.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었던 현 대통령이 나서 추진하려고 한 것이었음에도 지방분권 논의는 조용해졌습니다. 이제 이 안건이 언제 다시 떠오르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중앙권력이 둘둘 말아서 내놓지 않는 한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물론 기업들의 이익에 관련한 일부분에서는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블록체인 국가로 가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 민주주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지수는 높습니다. 블록체인 강국들과 비교했을 때도, 스위스나 몰타보다 떨어질 뿐 다른 국가보다 순위가 높습니다. 정권에 의해 흔들리기는 하고 있지만 어쨌든 3권 분립같은 형식적인 민주주의, 절차상의 민주주의는 잘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도 형식적으로는 보장되고 있습니다. 어쨌든간에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블록체인 강국들의 민주주의 지수가 상위권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규모의 문제로 인해 절차상의 민주주의를 준수하다보면 블록체인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집니다. 오히려 현재의 민주적 절차인 간접 민주주의가 직접 민주주의 시스템의 가능성을 가진 블록체인에 장애()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거대한 중앙권력은 분산을 꾀하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이런 것을 견제하고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선거제도와 같이 자기들이 쉽게 정치적 정당성과 기득권을 얻을 수 있는 현재 시스템을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격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달걀로 바위를 상대하는 수준이라고 할까요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깊고 우호적인 권력이 집권해 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꿈’에 가깝습니다.


¶ 투명성

블록체인 강국들 모두 부패지수에서 우리나라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앙에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것 자체가 투명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 규모가 크고 중앙에 몰린 자원은 투명해야 할 과정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예를 들어 볼까요

전자정부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 전부터 등장했지만, 여전히 실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9년 현재 기술적인 장애는 없습니다. 이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부족할 뿐입니다.


전자정부가 시행되면 ‘비선 실세’가 존재하기 힘들어집니다. ‘적폐’를 입에 달고 등장해서 여전히 적폐를 핥아먹으며 입맛 다시는 현 정부도 투명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투명하기 힘든 현 구조에서 블록체인 강국으로 나아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반론도 있을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검증되지 않았다”, “블록체인만이 해법은 아니다”, 혹은 “블록체인이 대한민국에는 맞지 않는다” 등의 말이 나올 것입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것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앞에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뒤에서는 정반대로 행동합니다. 결국, 투명하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 특성화된 분야

블록체인 강국들은 공통의 특성화된 분야가 있습니다. 주로 IT 분야와 금융 분야입니다.

사실, 이들은 국가 규모가 크지 않기에 단 한 가지의 특성화된 분야만 있어도 국가가 존속하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처럼 규모가 있는 국가는 몇 개의 특성화된 분야만으로는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격차’도 심각한 수준을 보입니다.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의 정보격차가 심각하고, IT 강국이라고는 해도 IT 소비의 강국이지 IT 생산의 강국이 아닙니다.

관련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이 잘 나가는 것이지, 국가 전체적으로 잘 나간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수출국이거나 중개무역 국가지, 소프트웨어 국가가 아닙니다.

물론, 질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은 국부를 쌓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자면 사회적인 부의 분배에는 철저히 실패할 수 있습니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사, 알파벳 등을 모두 보유한 미국도 이 기업들만으로는 존속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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