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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국가론(8)] 블록체인 강국이 되기 위한 해법은?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3.28 07:02 | 최종 수정 2019.07.16 18:31 의견 0

지금까지 블록체인 강국과 대한민국을 네 가지 영역에서 비교해보았습니다. 민주주의 지수가 높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지수가 높다고 자만할 일도 아닙니다. 현재와 같이 절차적인 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추며 권력의 승자독식 구도를 용인하게 되면, 합법적 독재보다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민주주의 지수는 우리나라보다 아래에 있지만, 투명성은 오히려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싱가포르는 사실상 합법적 방법으로 독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블록체인 강국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강자로 등극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 규모를 줄여야 한다: 지방분권

필자가 생각으론 블록체인을 통한 해법의 시작은 중앙의 해체입니다. 현재와 같이 권력의 정책집행이 불투명하고, 승자독식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중앙에 너무 많은 자원이 쏠려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방분권을 통해 권력을 이양하고 투명하게 자원을 배분해야 할 것입니다.

혹자는 블록체인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구 대국 인도를 예로 들며 반론을 제기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도도 일부 도시 수준에서나 블록체인 활성화가 진행되고 있지, 국가 전체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이 발전할수록 중앙 차원에서 블록체인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혹 블록체인을 중앙에서 장악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빅브라더’를 자처하겠다는 의미입이다.

거듭 주장하는 것이지만 시스템 내의 블록체인의 수용과 적용, 활성화는 규모와 관련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이 전 사회적으로, 생산성 있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민주주의의 발전: 정통성에서 정당성으로

이미 대한민국의 (형식적인) 민주주의 지수는 2018년 21위로 일본이 22위인 만큼 세계 속에서도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1993년 문민정부 탄생 이후 합법적인 선거를 거쳐 지도자들을 선출했으며 이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정체되어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촛불 항쟁으로 불의한 권력을 몰아낸 기쁨도 잠시, 대안으로 선출한 대통령이나 새롭게 권력을 차지한 세력들 역시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작다는 것을 보여 주는 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합법적인 절차는 권력의 정통성을 보장하지만 정당성과는 다릅니다. 물론 “무엇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따르겠지만, ‘더(more) 평등’, ‘더(more) 민주’와 같은 표현에는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평등’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치구조만을 따질 때 권력의 분산을 뜻합니다. 여기서 권력의 분산은 지방분권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더 민주적’이라는 의미는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가 아닌 ‘직접 민주주의’를 뜻하는 것으로 이 역시 지방분권이 이루어져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정당성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민주적 운영이 가능할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승자독식이라는 방법을 여러 번 경험했고 블록체인에 악용된 사례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 촛불집회의 모습 ⓒ 위키백과


¶ 투명성을 위한 길: 중앙권력의 해체

추운 겨울 수많은 대중이 모여 힘을 모았고, 대통령 탄핵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비선 실세’라는 말을 떠올리면 촛불 집회가 떠오릅니다. 권력이 집중된 상태에서는 권력자 주변에는 ‘비선 실세’와 같은 파리들이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의 액턴 경(John Dalberg-Acton)은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권력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한 말입니다.

투명성은 권력을 나누고 분산시킬 때 가능합니다. 켕기는 것이 없어야 공개도 쉬운 법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스템을 파격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더 극단적으로는 간접 민주주의를 고수함으로써 직접 민주주의의 길을 막고 있는 국회를 해체해야 합니다.

국회의 해체가 힘들다면, 역할과 인원을 대폭 줄여서 국민들을 위한 정치적 고문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방분권 시대가 오고,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이 존재하는 상황이 되면 지역구 국회의원의 존재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국회의원의 존재는 정당에 권력을 몰아주어 국가와 국민이 아닌 당리당략에만 급급하고 정당 간 마찰만 빚어 국론을 분열시킬 뿐입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블록체인을 도구로 활용하는 전자정부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중앙권력을 분산시키고, 쓸데없이 자원과 권력을 낭비하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는 국회를 해체하고 그 권력과 자원을 고스란히 지방으로 이양해 지방분권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앙과 지방정부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정부로 전환한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하자는 것입니다.


¶ 지방의 역량을 고려한 특성화

중앙의 권력이 과도할 경우, 중앙에서 내린 정책과 지침은 그대로 내림차순 형태로 지방에 적용됩니다. 그리고 정책의 적용과 활성화 정도도 중앙에서 평가해서 포상하거나 통제해 왔습니다.

지방분권이 되면, 각 지방정부는 지역의 강점을 살리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블록체인이 만병통치약이라 말 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흐름이란 점에선 블록체인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블록체인 국가 대한민국 블록체인 사회 대한민국!

지금의 대한민국이 블록체인 강국이 될 수 있을까요 이미 여러 각도에서 살펴봤듯이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비즈니스와 경제 영역에서의 활용만 국한되고, 인터넷 시대에 경험했듯이 일부 소수의 블록체인 스타기업이 탄생할 것입니다. 여전히 ‘승자독식’의 구조는 변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절대권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블록체인은 국가·사회적 차원으로 확대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당연한 말이지만 더 이상 블로체인이 대중화될 수 없겠지요.

몇 가지 해법을 제시했지만, 결론적으로 규모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규모를 줄이고 분배해야 합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권력을 적극적으로 이양해야 합니다. 새로운 자원과 권력을 수용해야 하는 과제를 가진 지방정부는 보다 더 혁신적인 거버넌스를 만들어 이를 운영해야 합니다.

작아진 중앙권력과 배분가능해진 새로운 자원은 블록체인을 통해 더 민주적이고 더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리방식을 토대로 신뢰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신뢰는 곧 블록체인의 운영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사회로 혁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하나만 더 부연하자!

일제로부터 대한민국의 독립을 외쳤던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은 국가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더 이상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의 탄생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존과 안정과 발전을 보호해 줘야 할 의무가 있지만, 무턱대고 국민에게 이 모든 것을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우리 국민은 국가의 지도자를 퇴진시킨 경험이 두 번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 낸 4·19혁명이 첫 번째고,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항쟁입니다. 그 중간에는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을 바꾸게 한 6·29도 있었습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주인으로서 국민의 권리를 직접 행사할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저서 <자유에로부터의 도피>를 통해 히틀러한테 정치적 자유를 송두리째 바친 독일 국민을 비판했습니다. 어렵게 얻은 국민의 주권을 대안 없는 더는 기존 정치권에 넘겨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민이 국가에서 독립하면, 다양한 개인들이 모인 ‘집단 지성’과 발전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 가운데 블록체인 좋은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생각은 한낮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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