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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_X파일(23)] 라스푸틴의 장례

칼럼니스트 박광작 승인 2019.03.30 09:30 의견 0

라스푸틴이 살해되고 시체가 네바강에서 발견된 후 사망원인 규명을 위한 해부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있다. 관련 기록들도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여기서 그 내용을 모두 소개하면서 정확한 진상을 밝히기는 좀 적절하지 않다.

이번에는 라스푸틴의 유해 또는 흔적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해부학자 이코소로토프와 조수들이 시체 검시와 해부를 끝낸 후 라스푸틴의 시체는 그의 비서 아킬리나 라프틴스카야에게 인계되었다.

그녀는 시체를 깨끗히 씻은 후 흰 수의를 입혔다. 페트로그라드 시청 당국이 장의사에게 500루블짜리 아연관을 주문해 가져오게 했다. 관 뚜껑을 닫기 전 그의 여비서는 몇 송이의 꽃과 차르 가족과 궁전 귀부인 븨루보바의 서명이 새겨진 성화상을 관에 넣어주었다.

라프틴스카야는 알렉산드라 황후에게 줄 생각으로 라스푸틴의 목에 걸려있던 십자가와 손목걸이는 빼어내었다.

시체가 안치되어 있었던 빈민복지원에서 12월 19일과 20일 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비밀스러운 추측들이 많다.

수녀복을 입은 어떤 여인이 나타나 오랜 시간 라스푸틴의 시체 옆에 있었다는 목격자가 있는데 아마도 황후가 아니였을까 하는 이야기가 돌았다.

장례장소를 어디로 할까에 대해서도 서로들 의견이 달랐다. 라스푸틴이 언젠가 자기는 고향 포크로프스코예의 교회묘지에 묻히고 싶다고 했으므로 그곳이 장지로 적당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시베리아의 그곳까지 이송할 동안 철도역마다 제정러시아 리콜라이 2세와 라스푸틴 지지자들의 폭력시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반대의견이 제시되었다.

황후는 차르스코예셀로(지금의 푸시킨,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 근처에 묘를 만들어 라스푸틴의 지인들이 가까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차르스코예셀로에는 예카테리나 궁이 있기때문에 황후가 접근하기도 좋은 위치였다. 그래서 그곳의 알렉산데르 공원 바로 밖에 건설 중인 븨루보바 교회에 묘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시체는 경찰차에 실려 묘지로 운송되었다. 춥고 침침한 아침에 황제와 황후 그리고 그 가족들, 그외에 몇명 안 되는 사람만 하관식에 참석했다. 러시아 정교회 신부 알렉산데르 바실리예브가 장례미사를 간단히 끝냈다. 황후는 창백한 얼굴로 연신 눈물을 흘렸다.

황후가 흰색의 꽃을 가져와 가족들에게 나누어주었고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대로 무덤 속으로 봉헌하고 몇 번 기도 소리가 울리고 난 후 모든 하관 절차는 끝났다. 10시경에 황실 가족 모두 궁으로 돌아왔다. 라스푸틴의 딸은 하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그러나 황실 귀부인 븨루보바의 저택에서 있었던 황실 가족들의 저녁 모임에 초대받았다.

*글쓴이: 박광작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비교체제론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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