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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남는거 in 대만(5)] 한국의 명동, 시먼 먹거리 - ‘총좌빙’&‘1973치킨’

김혜령 기자 승인 2019.04.04 14:07 의견 0

시먼은 한국의 명동과 같다.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이 많아진다. 다만 설은 대만에서도 큰 명절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문을 연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신 길거리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중화권 취두부의 역습을 참아낼 수 있다면 말이다.

어디나 모두 줄이 길지만, 유독 줄이 길게 늘어선 가게가 있어 합류해보았다. 총좌빙이라는 호떡 같이 생긴 빵이다. 반죽을 얊게 펴서 기름에 노릇하게 구워내는 것이 호떡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반죽이 어느 정도 익은 뒤 스트레스 풀 듯 무지막지하게 쳐댄다는 것.

▲ 총좌빙이 기름에 노릇하게 구워지는 모습. ⓒ 김혜령 기자

반죽이 다 익으면 계란과 각종 토핑을 얹어 소스를 발라준다. 주문한 총좌빙은 옥수수와 계란, 치즈가 들어간 것. 먼저 노릇노릇한 겉부분을 맛봤다. 쫄깃한 식감에 결대로 찢기는 모양이 패스츄리 같다. 반죽 자체에도 간이 되어 있는지 짭짤하다.

▲ 자극적인 소스가 짭짤 바삭한 반죽과 어울리지 않는다. ⓒ 김혜령 기자

하지만 토핑과 함께 먹고서는 실망했다. 잘 어울릴 것 같았던 달걀과 치즈, 옥수수가 오히려 반죽의 맛을 해친다. 게다가 처음 먹어보는 소스는 자극적이면서 짜고 느끼해서 반죽의 짭짤하면서 바삭한 식감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기본 총좌빙을 맛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먼역 시내를 지나 숙소로 가던 중 치킨집에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줄을 보니 맛집일 것 같았다. 문득 한국 치킨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져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했다.

▲ 한국의 치킨과 무엇이 다를까. ⓒ 김혜령 기자

튀김옷에 무언가를 섞었는지는 모르나 거무튀튀한 색감이다. 한입 먹었는데,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밑간을 하면서 향신료가 들어간 걸까 아니면 튀기는 기름이 특유의 향을 지닌 것일까. 대만 현지 음식에서 나는 고유의 맛과 향이 강해 거부감이 든다.

튀김 맛 역시 특별할 것 없었다. 튀김옷이 특별히 바삭하지도 않고 눅눅했으며 닭도 뻣뻣했다. 같이 먹은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배가 고프니 먹지, 왜 줄서서 먹는 건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맛”이다. 치킨과 먹기 위해 사온 맥주만 벌컥벌컥 마셨다. 역시 한국 사람에겐 한국 치킨이 최고구나. 아쉬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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