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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민_이야기(25)]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는 법

칼럼니스트 봉달 승인 2019.04.06 10:22 의견 0

주 취재처가 비영리단체들이었다는 건 앞서 잠깐 얘기한 바 있다. 말이 비영리단체지 결국 정부 눈먼 돈 따먹고 그걸로 장사하는 거다. 그것도 이권이라고 자리를 차지하려고 치고박고 싸우는 걸 옆에서 보고 있자면 그냥 기가 찬다. 하긴 직원 10명 정도 되는 구멍가게 비영리기관 사무총장만 해도 2000년대에 이미 연봉 10만이 넘고 거기에 차량과 각종 수당이 지급되니 할만하긴 한 것 같다.

돌아다니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그나마 쉽게 영주권을 받고 주류 사회에 취직이 되는 분야임을 알 수 있었다. 예전 1970년대 독일에 광부 간호사를 보낼 수 있었던 것도 현지에서 험하고 보상이 적은 일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온갖 low life 인간군상을 대해야 하는 social worker 일은 스트레스가 많고 녹록치 않은데다 보상도 낮은 편이어서 교육 수준이 높은 미국 태생 원주민()들은 웬만해선 잘 하려고 들지 않는다.

결국 별볼일 없는 것들이 하위직급 소셜워커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과도 변변찮고 일 자체가 잘 안 된다. 이런 틈새를 타고 박봉 열정페이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들어가 능력을 발휘하고 윗선의 인정을 받곤 한다. 테크트리는 대충 이렇다.

1.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사회복지 전공을 하거나 학점을 따놓는다.

2. 주정부로부터 그랜트를 따먹는 최말단 한인 복지장사 업체에 들어가 영주권을 받는다.

3. 상급 미국계 비영리기관에 지원해 좀 더 일을 배우고 경력을 쌓는다.

4. 주정부 공무원이 된다. 보수가 높진 않지만 의료보험 등 베네핏이 좋고 연금도 나오기 때문에 이 시점부터 인생 대충 살만해진다.

가만 보아하니 괜찮을 것 같아서 나도 함 해볼까 하다가 적성에 맞지도 않는 사회복지 공부를 해야 해서 이것도 좀 생각만 하다 접었다. 다만 한국에서 고생만 하고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미국 취업 도전이 할 만할 것 같다. 일단 영주권 받기가 수월하고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직종이라 주류 사회로 진입하기가 용이하다.

좀 다른 얘기인데 한인 비영리기관 중 태반은 시니어케어와 관련돼 있다. 한인 노인들 두당 얼마씩 받아 가사보조 그러니까 청소 같은 거 해주고 또 전기세 보조 대신 신청해주고 수수료 받고 뭐 그러는 거다. 이게 돈이 잘 나오니까 개나 소나 해먹겠다고 뛰어든다. 고객()인 한인 노인들도 공짜로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준다는데 사양할 이유가 없다.

이런 노인기관들을 취재하다가 고령 은퇴자들이 모여사는 아파트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인종별로 선호하는 아파트들이 조금씩 다른데 한인 노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중 일본 노인들도 많은 곳이 있었다.

사는 모습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몇 가지 다른 게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일본 노인들은 웬만해선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지 멀쩡한 60대 한인 노인들 맨날 춤추러 다니면서 가사보조 서비스 받고 그러는데 꼬부랑 일본 할매들은 폐를 끼친다며 자기 혼자 다 하려고 한다. 소셜워커들이 당신은 좀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며 찾아가 권유를 해도 나긋나긋하게 그러나 완강하게 거절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게 많았다. 그리고 서글펐다. 왜 같은 아시아권에서 유독 일본은 세계적인 선망의 대상이 되고 존중을 받는지, 한국을 위시한 다른 아시아 나라는 그렇지 않은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글쓴이: 봉달(필명)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에서 상사 근무 후 도미, 시카고에서 신문기자 생활. 물류업체 취업 후 관세사 자격증 따고 현재 캐터필러 기차사업부 Progress Rail의 통관부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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