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거장 호크니, 서울 시립미술관에 오다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展(상)

김혜령 기자 | 기사입력 2019/04/18 [12:12]

현대미술의 거장 호크니, 서울 시립미술관에 오다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展(상)

김혜령 기자 | 입력 : 2019/04/18 [12:12]

영국의 유명한 사진작가이자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에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평일을 택해 전시를 관람했지만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전시가 시작된 지 3일 만에 입장객 만 명을 넘길 정도였으니 얼마나 호크니를 기다려왔는지 짐작할 만하다.

 

호크니는 1937년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나 브래드퍼드 예술학교와 영국왕립예술학교를 졸업했다. 60년간 끊임없는 작품활동을 통해 동시대의 거장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호크니가 그리는 대상은 정물, 초상, 풍경 등 전통적인 회화에서 많이 다뤄왔던 주제들이지만 사진을 보듯 사물을 똑같이 그리지 않는다. 호크니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돌을 던지며 모험적이고 다양한 시도로 사물을 재해석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첫 세션인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 ‘자연주의를 향하여’, ‘푸른 기타’, ‘움직이는 초점’, ‘추상’, ‘호크니가 본 세상’까지 총 7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호크니가 추구했던 다양한 화풍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첫 번째 세션을 '추상표연주의에 대한 반기'를 진지하게 감상하는 관객.     © 김혜령 기자


세션-1.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첫 세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는 그가 처음 그리기 시작했던 회화의 성격을 여실히 담아낸다. 브래드퍼드 예술학교에서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교육받은 후, 1959년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석사를 전공하면서 자신의 동성애를 드러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기존의 양식을 파괴하는 새로운 시도들을 보여주면서 추상과 재현적 이미지를 구분하는 경계를 흐리는 시도들을 보여준다.

 

막상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시에 오기 전 포스터에서 만난 밝고 선명한 색감과는 다른 이미지들을 만날 수 있다. 모호한 색감들이 어두운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 '첫 번째 결혼'과 '두 번째 결혼'의 그림. 부부의 모습이지만 기괴하다.     © 김혜령 기자


특히 16개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난봉꾼의 행각’이 두드러진다. ‘난봉꾼의 행각’은 18세기 영국 미술가 윌리엄 호가스의 풍자적 판화를 바탕으로 제작했지만, 젊은 시절 호크니가 남성 동성애자로 살아가며 느낀 감정을 에칭으로 표현했다.

 

16개 그림의 소제목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림을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무거움이 마음을 짓눌렀다. 상속을 통해서 부자가 된 난봉꾼이 붕괴되는 장면이 16장으로 연출되었지만, 제목과 부합하는 다양한 상징물과 메시지들이 담겨 있어 쉽게 그림 앞을 떠날 수 없었다.

 

첫 세션을 떠나기 전, ‘첫 번째 결혼’과 ‘두 번째 결혼’이라는 그림을 마주하게 된다. 두 그림 모두 결혼하는 사람을 그렸으나 어쩐지 그림은 기괴하다. 결혼이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지만, 두 그림에 있는 부부는 다른 곳을 바라보며 서로 벽을 두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 호크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더 큰 첨벙'. 쨍한 색감에 네모 반듯한 구조물들 사이로 물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 서울시립미술관


세션-2. 로스앤젤레스

 

두 번째 세션에 들어서면 포스터에서 만났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64년 호크니는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인근에 거주하게 된다. 호크니는 로스엔젤레스를 매력적으로 느꼈다. 도시의 건물과 주택, 수영장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며 ‘묘사적’ 접근을 연구했다. 유리의 투명성, 물의 흐름을 포착하는 방식을 탐구했으며 단순화된 평면적 느낌에서 만난 우연성을 탐구했다.

 

첫 세션의 그림들과는 달리 이곳에서 만난 호크니는 쨍한 파랑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실제 로스엔젤레스는 햇살이 밝다 못해 사람을 공격하는 수준으로 내리쬔다고 한다. 위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그의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편 그 안에서 자신의 새로운 화풍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니 그의 탐구에 깊은 경외감을 표한다. 대표작품 ‘더 큰 첨벙’은 그가 정적인 것들에서 만나는 우연한 운동성을 그리기 위해 2주 동안 몰입한 끝에 나왔다고 한다.

 

▲ '클라크 부부와 퍼시'. 실물 크기로 제작되어 관객과 함께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 서울시립미술관


세션-3. 자연주의를 향하여

 

세 번째 세션은 호크니가 그린 ‘인물들’을 만나게 한다. 이 공간은 호크니가 주변 인물들을 사랑을 담아 바라보았음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또 선명하지만 부드러운 색감이 이전과는 또 다른 호크니 작품의 매력을 뿜어낸다.

 

호크니는 카메라를 구매한 후 빛과 그림자, 인물을 자연주의적으로 재현하면서 깊이와 공간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동시에 자신의 주변을 순간적으로 관찰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유난히 관람객들이 많이 몰려있는 작품이 있었는데 ‘클라크 부부와 퍼시’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거의 실물 크기로 제작되어 관객과 인물이 한 공간에 있는 느낌을 준다. 관객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듯한 눈빛,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의 모습은 그림 속 인물을 더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동시에 그림에게 관찰당하는 느낌도 준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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