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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민_이야기(33)] 결혼식(下)

칼럼니스트 봉달 승인 2019.05.04 09:23 의견 0

미국의 결혼은 한국처럼 공장식으로 찍어내듯 하지 않는다. 입을 옷부터 식장 장식, 식사, 피로연, 파티 진행 등 처음부터 끝까지 신랑 신부가 직접 준비하고 계획을 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결혼식은 성당에서 했지만 식사와 피로연은 인근 뱅큇에서 진행했다.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 간단하게 신고식 같이 결혼식을 한 번 더 했는데 호텔 빌리는 가격이 좀 쎄서 그렇지 남들이 다 준비해주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참 편하긴 했다.

신혼여행은 한국에 들르는 김에 남들 다 가는 태국 방콕과 푸켓으로 갔다. 비행기를 스탑오버로 잡으니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좋았다. 방콕에서 뭐더라 게이쇼던가 하는 걸 봤는데 재밌고 웃기고 또 레이디보이들의 미모가 상당해서 놀라웠다.

쇼가 끝난 뒤 걔들이 나와서 손 흔들고 인사할 때 자세히 보고 있던 중 마누라가 골을 내고 성질을 부려 손도 한번 못 잡아본 채 그냥 나왔다. 아쉬웠다. 아니 걔들이 여자도 아니구만 신기해서 좀 쳐다본들 그게 화를 낼 일인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된다.

암튼 결혼 후 한동안 언론사를 더 다니며 이것저것 해야 할 게 많았다. 취업영주권이 들어간 상태로 일하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 막상 영주권이 나오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분이 묶여 있다는 이유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어 괴로웠고 또 마음에 맞지 않는 상사와 같이 하는 것도 서로에게 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변호사 비용과 수수료 등 이미 들어간 돈이 아깝긴 했지만 이민국에 기 접수된 건 철회하고 결혼영주권을 새로 신청했다. 취업영주권보다 훨씬 간단해 나 혼자 준비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나중에 한 가지 해프닝이 발생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해결이 돼서 다행이었다.

신행 중 임신한 첫째가 6개월쯤 됐을 때였나, 이민국에서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이건 거의 막바지 단계로 별문제 없이 통과하면 영주권이 금방 나오게 된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잘 차려입고 서류 꼼꼼하게 챙긴 뒤 마누라와 같이 다운타운 소재 연방이민국에 갔다. 근데 심사관이 이것저것 확인하더니 자료가 잘못됐다는 게 아닌가.

결혼영주권은 혼인을 증명할 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하여 결혼증명서와 성명변경확인서 등 서류를 다 가져갔는데 심사관은 그런 것 말고 결혼식 사진은 왜 안 가져왔냐는 거다. 급당황해서 아니 니네 양식을 보면 자료를 가져오랬지 언제 사진이라고 그랬냐 나 그럼 영주권 안 되는 거냐 집사람 배랑 태아 사진 좀 봐라 이게 결혼 증명이 아니면 뭐냐고 물었다.

*글쓴이: 봉달(필명)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에서 상사 근무 후 도미, 시카고에서 신문기자 생활. 물류업체 취업 후 관세사 자격증 따고 현재 캐터필러 기차사업부 Progress Rail의 통관부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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