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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풍경따라(9)] 북해도여행③

칼럼니스트 김호삼 승인 2019.05.04 11:42 의견 0

공항은 많은 여행객을 수용하기엔 작게 느껴졌다. 되도록이면 작게, 수요를 예측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일본의 철학이 공항 건축에도 배어있었다.

출입국 심사대에서 아차 싶었는지 걱정하며 웃었다. 어떤 블로거가 ‘뚱뚱한 출입국 직원은 까다로우니 피해라’ 했다는데 그제야 생각났나 보다. 덩치가 있는 출입국 직원이 젊은이의 몸을 양팔 들어 자세로 검색했다. 금괴 같은 것은 밀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내 차례가 되었다. 가볍게 "곤니찌와" 인사를 건넸다. 출입국 카드를 점검하더니 생년월일과 거처가 빠졌다고 한다. "스미마셍" 연신 사과했다. 안경 없이 큰 글자만 보고 썼는데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블로거의 경고와 달리 그 분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다. 아내와 같이 왔다고 하니 친절하게 통과시켜 주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세관을 통과하고 나니 벌써 날이 어두워 졌다. 아내는 숙소를 스스키노역 근처 APA Hotel 에키미나미 삿포로(삿포로역 남쪽)에 예약했다. APA 호텔이 많다 보니 뒷설명이 붙었나 보다. 한 블로거가 "스스키노 지하철역 근처에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다"고 한 것을 참고해서 예약했다고 한다. 삿포로역과 스스키노역은 지하철 남북선으로 한 정거장 구간이었다. 우리는 우선 호텔을 찾아 가방을 두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무리 카드사용 시대라지만 여행국 화폐는 얼마간 필요했다. 엔화를 환전하지 않았던 나는 여행 마지막 날까지 은행을 찾아 헤매야 했다.

스스키노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역의 거리는 우리나라 시청역에서 종로 3가역 정도로 가까웠다.


저녁 7시 30분이 되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처음에 스스키노역 5번 출구 부근에 있던 APA 호텔에 도착했으나 예약한 호텔이 아니었다. 우리 호텔은 7번 출구 가까이에 있었고 5번 출구는 스스키노역 메인 출구였다. 여기서부터 우리 호텔까지 오는 동안 블로거의 추천 맛집을 다 보았다. 여행 후에 아침이나 오전 비행기를 탔었더라면 삿포로를 충분히 둘러보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룸에 들어서니 매캐한 담배냄새가 역겨웠다. 아내가 담배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프론트에 가서 노 스모킹 룸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미 다 찼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예약을 취소하면 얼마를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 물으니 20%정도란다. 결정을 아내에게 미뤘다. 돈에 약한 아내는 그냥 머물자고 했다. 에어컨디셔너를 틀었더니 담배냄새가 많이 빠졌다. 해외여행을 하려면 어지간한 불편은 간수해야 한다. 어디든 내 집 같지는 않지 않겠는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일본여행을 간 출연자들이 일본 라면과 소고기, 스시 그리고 사시미를 정말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 여행은 돈을 아끼지 않고 맛있는 음식들을 마음껏 먹어보리라 내심 다짐했었다.


첫날 저녁 메뉴는 스시와 사시미였다. 출연자들이 TV에서 표현한 만큼의 표정과 리액션이 나올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맛과 큰 차이가 없었을 뿐 더러 우리나라 스시가 더 맛있었다. 역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이니 과장된 표현은 감수해야 했나보다. 젊은 블로거들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자주 나오는 해외여행이 아니니 음식 맛이든 뭐든 자랑삼아 과장되기 마련이니까.

돈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먹겠다던 내 생각과 달리 추가 주문할 때 마다 머릿속으로 돈을 계산했다. 결국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못하고 가게를 돌아서면서 한마디 했다.

"이 돈으로 우리나라에서 먹었으면 배터지게 더 맛있게 먹었겠다."

아내와 나는 시원한 우동으로 못 채운 배를 달래기로 했다. 우동가게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니 한 쪽 구석이 조금 시끄럽다. 대여섯 분의 우리나라 아주머니들이셨다. 조그만 목소리를 낮춰주셨으면.

과거에는 출장으로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해외여행이 정말 간단한 일이 되었다. 요즘엔 너도 나도 손쉽게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간다. 목적 있는 여행이라면 많을 것을 얻을 수 있겠지만 휴식만을 위한 여행이라면 큰 비용을 치르면서 해외로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앞으로 가급적이면 우리나라를 여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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